연극 '스캔들'을 보기 위해 오랜만에 대학로를 찾았다. 40분 전쯤 도착했는데, 생각보다 입구에 줄이 길었다. 작년 5월부터 시작했던 연극이라 볼 사람들은 대부분 보지 않았을까 싶어 느긋하게 관람하겠다 생각했는데, 중간쯤 정도에 겨우 자리를 잡았다.
'스캔들'의 출연진들
김승현씨가 있어서 내심 기대했지만 김현민씨가 그 배역을 맡았다. 이재욱(순성역)씨나 미달이 김성은(순지역)씨의 모습도 출연진에 들어있다. "저요!"가 붙어있는 연기자가 이번 출연진이다.
대학로 분위기에 맞게 가벼운 느낌의 연극이다. 아내가 친정에 간 사이 애인을 부르려 했던 작전이 실패하고, 애인을 감추고자 시작한 거짓말이 점점 미묘한 스토리로 확대되어 간다. 게다가 인물들의 이름이 비슷비슷한 데서 꼬이고 또 꼬이고.. 의도적으로 때로 의도와 상관없이, 거짓말은 눈덩이처럼 커져만 간다.
연극 시작 전
배우들의 등장을 기다리는 시간이다. 배치되어 있는 무대 장치들을 보면서 나름의 방법으로 스토리를 상상해 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독특했던 건, 침실을 제외하고 방문마다 위에 동물인형이 있단 점이다. 왼쪽에는 말 인형이 있는 '마굿간', 오늘쪽으로는 닭 인형이 있는 주방과 돼지 인형이 있는 돼지우리가 위치해 있다. 배경이 전원주택이라, 집을 짓기 전 마굿간이 있던 자리와 닭우리, 돼지우리가 있던 자리를 그대로 방 이름으로 사용한 것인데, 극을 보면 볼수록 이 부분이 참 재미있는 발상이었단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마굿간에 가고, 누군가는 돼지우리로 가고, 누군가는 닭이 연상되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위치가 서로 또 뒤바뀌기도 하고.. 그냥 밋밋하게 어느 방으로 들어간다거나 들어가라는 대사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연극이 끝나고 난 다음 포토타임
인사와 함께 배우들이 춤까지 선사해 주었다. 밝고 코믹한 설정으로 한바탕 웃고난 다음이라 박수를 치는 사람들의 모습에도 활기가 느껴진다. 마지막까지 관객을 위해 최선을 다해준 연기자들의 모습이 참 좋았다. 때로는 살살 녹이는 말투로, 때로는 어리숙한 행동으로,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는 연극 '스캔들', 아직 못 본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사실 우리집 대딩 아들래미에게 함께 보자고 했다가 거절당한 연극이다. 이런 연극을 어떻게 엄마랑 볼 수 있느냐며 아주 가볍게 거절을 해버려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사실상 엄마랑 봐도 하나도 안 괜찮지 않은 연극이고, 처음 만나 썸을 타는 사이에 봐도 그다지 민망할 일 없는 연극이다. 이 또한 내 관점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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