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갑작스러운 전염병으로 인해 주가가 대폭락 했다.
주식투자자들에게는 최악의 시간이었겠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기회의 순간이었다.
공매도까지 금지시켜주니, 두려움 없이 주식의 길로 들어가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기독교인에게 성경이 있듯이, 주식에도 그런 책들이 있다 했다.
그 책을 사서 책꽂이에 꽂아놓은 게 일 년 가까이 된 것 같은데, 서둘러 읽지 않았던 것이 어쩌면 다행이었던 것 같다.
작년에 시장에 첫 진입을 했더라면 주린이로서는 감내할 수 없는 뼈아픈 폭락을 맛보았을 테니 말이다.
주식계의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그 책이 바로 피터 린치의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이다. 저자 피터 린치는 피델리티 마젤란 펀드를 13년간 무려 660배 규모로 성장시킨 인물이다.
보스턴대학 4학년 때 인턴으로 피델리티에 입사해, 투자업계의 본산인 그곳에서 투자 감각을 몸소 익히게 된 것이 그에게는 천운이었던 것 같다. 공부도 할 만큼 했지만 피델리티의 경험으로 상아탑에만 갇히지 않고 소신 있는 투자관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그는 월스트리트의 펀드매니저들을 똑똑한 바보라 칭한다. 그들은 직접 현장에 가거나 자세한 상담을 해보지도 않고 그저 재무제표만 바라보며 분석을 하거나, 행여 나중에 책임질 일이 생길까 봐 알 만한 기업에만 투자한다. 자기 돈이 아니라 투자자들의 돈이기 때문에 굳이 무모한 모험을 감행할 필요도 없다. 굵직한 회사들에만 투자한다면 수익은 적겠지만 일단 책임질 상황을 만들 일도 적어지고, 설령 결과가 안 좋다 할지라도 완전히 무능해 보일 일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첫머리에 이렇게 당부한다.
전문가의 말에 귀 기울이지 마라. 전문가가 산 종목도 무시해라.
증권가에 떠도는 소문, 종목 추천, 뉴스레터 등을 무시하고 스스로 공부하라는 소리다. 설령 전문가가 어떤 종목을 샀다고 하더라도 따라서 매수하는 일은 위험한 일임을 부각한다. 아무리 전문가라도 그 판단이 틀렸을 수 있고, 그 전문가 (또는 그 전문가가 포함된 집단)가 자신이 선택한 종목을 언제 매도할지에 관해서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포트폴리오에 대박 종목 하나만 있어도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에서 말하는 소위 '10루타 종목'이 그것이다.
10루타 종목이라 함은 원금 대비 10배 수익을 거둔 종목이다.
그러니, 10루타 종목 하나만 있다면 자잘한 손실은 다 커버가 된다.
10루타 종목을 찾기 위한 방법은 2부 투자종목 선정에서 자세히 다룬다.
10루타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이미 알려진 기업을 택해서는 안 된다.
이미 성장의 정점에 있는 안정적인 종목에서 더 눈부신 성장을 바라는 건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의 종목 추천을 따라다니다 보면 큰 수익을 내기 힘든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친숙한 회사에 투자하라
10루타 종목은 의외로 자신의 주변에 있다고 그는 말한다. 친숙한 장소, 행동, 현상들 속에 10루타 종목이 있다.
자기 지역 어느 공장이 무서운 속도로 번창해 나가자 그 회사 주식을 계속 사 모았다가 백만장자가 된 어느 소방관의 이야기는 좋은 예다. 그 어떤 투자 전문가도 그 기업을 먼저 찾아내지는 못했다. 전문가들이 그 기업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때는 이미 늦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뉴스에 나오면 끝물이다."라는 말과 연결된다.
피터 린치의 이야기들이 식상하다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이 출간된 해가 1989년이니, 우리가 식상해하는 이유는 린치 같은 주식의 대가들이 남긴 조언을 다른 사람들이 이미 많이 퍼트린 결과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가 주식시장에 발을 들인 때는 아직 우리나라에 주식시장 자체가 없었던 시절이고, 주식시장에 조언 다운 조언도 없었을 때다.
<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 >에서 피터 린치는 주식의 유형을 저성장주, 대형우량주, 고성장주, 경기순환주, 회생주, 자산주 총 여섯 가지로 나누었다. 그리고 각각의 케이스에 알맞게 어떻게 종목을 선정하고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잠시 현실로 돌아와 두 달 전 폭장장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겨우 부린이 탈출을 했다 싶었던 지난 9월 말, 갑자기 폭락장을 맞았다.
우수수 떨어지는 거래가를 바라보며 말 그대로 '멘붕' 상태가 되었다.
유동성 확대, 경기부양, 금융 완화... 암담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정책들이 안팎으로 쏟아지던 동안, 내가 어디에 있는가를 순간 잊고 있었던 것 같다. 현실은 경기 침체, 락다운(Lock-down), 코로나 블루, 타인에 대한 경계, 아크릴판으로 둘러싸인 답답함이었거늘...
순간 형언하기 힘든 공포가 밀려왔다. 3월로 다시 돌아갈 것만 같은 두려움과 함께, 분위기에 도취되어 돌아갈 생각을 하지 못하고 너무 많이 와버렸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손가락은 급히 매도를 향하다가 우습게도 매수를 눌러버리는 실수까지 범하고 있었다. 내가 팔고도 쭉쭉 흘러내렸으니 일단 급한 불을 끈 것만 같았다.
그러나 정작 다음날부터 주가는 서서히 회복되었다. 싸게 팔아버린 종목들을 보며 싱숭생숭하면서도 여전히 전날의 공포가 남아서 하나도 아쉽지 않고 오히려 개운했다. 누군가는 9월 그까짓 걸 가지고 호들갑이라고 하겠지만, 그때가 내 역사상 최초의 폭락장 경험이었다. 그나마 올해 3월이 아니라 다행이었다면 다행이었을까.
그 정도는 어쩌면 닥칠지 모를 시련의 작은 예행연습이었다 생각한다. 가격이 빠질 때로 빠졌던 4월에 진입했던 덕분에 수익률은 여전히 널널한 플러스였지만, 그와는 별개로 자산이 눈 앞에서 숫자로 팍팍 줄어드는 것을 난생 처음 지켜보면서 느꼈던 것이 공포가 아니었다면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다시 생각해보니 피터 린치의 '월가의 영웅'을 9월 이전에 읽었더라면 좋았을 거란 생각도 든다. 프롤로그에 이런 구절이 있기 때문이다.
애간장이 탔더라도 서둘러 팔 필요는 없었다. 천천히 줄여나가도 당일에 놀라서 팔아버린 사람보다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었다.
프롤로그는 1987년 어느 금요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예정대로 아내와 함께 아일랜드 여행길에 올랐다. 이미 그 주에 주식이 내리고 있었지만 금요일이 되자 걷잡을 수 없이 내리기 시작한다. 그러자 마음이 불안했던 나머지 일요일에는 회사에 계속 전화를 걸어 동료와 의논 끝에 서둘러 주식들을 팔기로 한다. 다음날인 월요일에 고객들의 환매가 이어지면 돌려줘야 할 현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식당에서 뭘 먹었는지 조차 알 수 없을 만큼 넋이 나가 있었고, 결국 여행지에서 일찍 돌아오고야 만다.
그러나 정작 다음날이 되자 고객들 중 자금을 옮긴 사람은 겨우 3%밖에 되지 않았고, 주가도 서서히 제 자리를 찾아갔다. 그로부터 얻은 교훈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시장의 등락을 무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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