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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시간을 거슬러

90년대 투유 초콜릿

by 비르케 2018.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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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있던 화일에서 오래 전 물건 하나를 발견했다. 대학평소 안면만 있던 친구와 어쩌다 수업까지 제끼고 심금을 털어놓게 된 날이 있었다. 문학도 연극도 좋아하고 자유로움이 가득했던 그 친구는, 작은 아픔을 맛본 것을 계기로 한동안 침묵 속에 빠져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일종의 성장통이 아니었을까 싶지만, 그때는 갓 스무살을 넘겼을 때니 마치 세상이 다 끝난 것처럼 보였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날 서로에 대해 느꼈던 감정이 컸던 탓인지, 친구는 내게 초콜릿 하나를 선물해 주었고, 나는 그 초콜릿을 아껴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도 포장지를 화일에 끼워두었던 건데, 일부러 버리지 않으니 언제고 화일째로 나를 따라다니고 있었다.

 

1992년 투유 초컬릿, "진하고 깊은 사랑의 맛"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다. 지금의 표준어인 '초콜릿'과도 구별되는 '초컬릿'이란 이름도 재미있다. 그때 소비자가격이 200원이었나 보다.

 

당시에 독점에 가까운 경쟁사가 있었기에 이를 만회하기 위한 방편이었을까, 초콜릿 포장지 뒷면에는 팬클럽 회원 모집란도 있다. 지금 같으면 인터넷으로 가입하면 될 것을, 그때는 이렇게 손으로 일일이 작성해서 우편으로 보내야만 했다.

 

 

당시 잘 나가던 장국영, 유덕화 등 해외 연예인과 이영애가 투유초컬릿 광고를 찍었다. 영상 중간에 스마트폰을 귀에 대고 울부짖는 장국영의 모습이 있어서 순간 놀랐는데, 자세히 보니 역시 스마트폰이 아니라 초콜릿이다.

 

90년대 투유 초콜릿 포장지를 보며 옛 친구를 떠올리고, 또 한 사람, 당시에 극장가를 화려하게 수놓았던 중국영화 속 영웅 장국영도 떠올려 보았다. 그땐 정말 헐리우드 영화를 제외하고는 중국 영화가 주름잡던 시대였는데, 이제는 한류가 대세니 세월이란 녀석이 재미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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