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르츠부르크는 독일인들도 살고 싶어 하는 도시 중 하나다. 바이에른 주에 속해 있지만, 적당히 바이리쉬(바이에른 특유의 독특하면서도 완고함)하고, 체코 프라하를 닮아 있는 동화 같은 도시라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다.
뷔르츠부르크를 떠난 건 벌써 오래 전이지만, 파일 속 뷔르츠부르크 사진들을 꺼내 포스팅을 해보아야 겠다는 생각을 줄곧 하고 있었다. 결국 오늘에야 하게 되었지만, 사진은 많고 다 올릴 수는 없으니 그중에 몇 개만 가려보았다.
따뜻하고 온화한 여름 날씨 속 독일 여행은 여행자들에게 더 큰 만족을 준다. 세계 곳곳에서 몰려든 사람들의 발길이 언제고 끊이지 않는 도시긴 하지만, 여름을 빼고는 변덕이 죽 끓듯 하는 독일 날씨라 여행자들에게는 여름 휴가 기간 동안의 여행이 최고다. 많이 덥지도 않고 습도도 낮은 편이라, 여름마다 수많은 인파가 알테마인교(Alte Mainbrücke)를 메우곤 한다.
사진 속 테라스카페를 채운 사람들 중에 하나이고 싶던 적이 있었기에 내게는 특별히 이 사진이 좋다. 가난한 학생으로 머물던 시절에는 꿈도 못 꿔보던 호사였는데, 그래도 딱 한 번 마인강변 카페에 앉아 케이크 한 조각을 곁들인 커피 한 잔을 마셔본 적도 있으니 그나마 한풀이는 한 것 같아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뷔르츠부르크 시청사 안에 걸려있던 사진들을 직접 찍어 보았다. 이 사진들은 '파괴:1945년 3월 16일'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었다. 이날 뷔르츠부르크는 약 20여 분간의 집중 폭격에 의해 도시 대부분이 파괴됐다. 이로써 드레스덴과 더불어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에서 가장 많이 파괴된 도시로 남게 되었다.
대부분의 건물이 그 이후 복원되었고 그대로 묻혀버릴 것만 같던 폐허속에서 도시는 다시 살아났다. 시청사 안에 더 많은 사진과 유물들이 당시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 중이라, 관심이 있다면 잠깐 방문해 보아도 좋을 것 같다.
뷔르츠부르크에 살던 동안 레지덴츠(Residenz)에 두어 번 가본 적은 있는데, 궁전 밖에서 찍은 사진 중 마땅한 사진이 없어서 내부 사진만 올려본다.
내부만 보더라도 궁전의 규모를 충분히 짐작할 만하다. 특히 계단부는 건축가 '발타자르 노이만'의 작품으로, 독일 바로크 양식의 최대 걸작으로 통한다. 노이만은 유럽 화폐가 유로로 통합되기 전에 50마르크 속에 새겨졌을 만큼 유명한 건축가다. 또한, 천장의 프레스코화는 이탈리아의 유명 화가 '티에폴로'의 작품으로, 규모면에서 단연 세계 최대다.
레지덴츠에는 황제의 방, 정원의 방, 베네치아의 방 등이 있는데, 거울과 금장식이 된 방들의 화려함이 눈이 부실 정도다. 제작에 참여한 작가들의 제작 과정도 벽면 한 쪽에 자료로 남아 있다.
뷔르츠부르크 시청사 인근. 왼쪽부터 킬리안 대성당(Dom St.Killian), 시청사(Rathaus), 마르크트 광장(Marktplatz). 모두가 중앙역(Hauptbahnhof)에서 내려 따로 차를 타지 않더라도 걸어올 만한 거리에 있다.
마인강을 사이에 두고 구시가지와 마리엔베르크 요새를 동서로 잇는 알테마인교(Alte Mainbrücke)는 15~16세기에 건설된 마인강의 구교로, 다리 위에는 12명의 성인 조각상이 있다. 위에 있는 알테마인교 사진은 눈이 내리던 겨울과 날씨 좋던 여름에 각각 따로 찍은 것이다. 눈이 내리면 내리는 대로, 볕이 좋으면 좋은 대로 좋다.
마인강은 강을 따라 오가는 도시간의 교역로 역할도 담당하고 있어서 세월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배들이 강 위를 지난다.
이웃나라 네덜란드 배가 수로를 지나는 모습도 담아 보았다. 배가 지날 때면 수문이 열리고, 배가 지나고 나면 수문은 이내 닫힌다. 노란색 난간이 달린 철재가 수문인데, 평상시에는 닫힌 채로, 교각 사이를 오가는 또 다른 다리 역할을 한다.
아래 사진들의 셔터를 연달아 누르면서, 자동차까지 싣고 이처럼 이웃나라를 쉽게 오갈 수 있는 이들의 문화가 부러웠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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