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일출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곳, 경북 포항의 호미곶이다. 날씨도 청량하고 바람결도 선선하던 지난 주말, 해맞이광장은 바다를 보러 온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호미곶'이라는 명칭은 지형상 이곳이 호랑이의 꼬리(虎尾)에 해당되기 때문에 붙여졌다. 원래는 '장기곶'이었다가, 2001년에 개칭된 이름이며, '곶'이라 함은 바다를 향해 육지 부분이 튀어나온 지형을 말한다.
조금 더 걷다 보면 호미곶 옆으로 '영일만'이란 곳도 있다. '곶'과 반대로, '만'은 육지 깊숙이 바다가 들어와 있는 곳이다. '해를 맞이한다'는 뜻의 '영일(迎日)'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만 보아도, 이 일대가 국내에서 해를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이 맞긴 맞나 보다.
지난겨울에도 호미곶에 잠깐 들른 적이 있었는데, 그날 길을 따라 걷다가 포장마차가 몰려 있는 한 귀퉁이에서 우연히 '영일 노래비'를 발견했었다. 어릴 적 아빠가 즐겨 불러서 그 가사까지 기억하고 있는 '영일만 친구'가 새겨져 있기에, 반가운 마음에 속으로 따라 부르다 보니 돌아가신 아빠의 음성이 떠올랐다. 아빠의 음성만큼, 젊은 시절보다 더 걸쭉해진 최백호의 목소리도 듣기 좋다.
그 유명한 '상생의 손'. 사람은 바다를 더 가까이 보기 위해 나루를 향해 나아가고, 바다새는 상생의 손에 올라 잠시 날갯짓을 멈춘 채 바다를 바다본다. 사람과 새가, 영생의 바다와 찰나의 존재들이 서로 스치듯 만나 상생하는... 떠올릴수록 참 멋진 곳이다.
파란 바다에 밀려드는 하얀 포말과 파란 하늘에 떠가는 하얀 구름, 이들도 서로를 닮아가며 상생한다.
구룡포에도 호미곶에도 풀빵이 자주 눈에 띈다. 아직 한낮에는 더위가 남아 있어서 철이 아닌 듯 한데, 연탄을 쌓듯 쌓아두어도 금세금세 팔려나간다. 바닷가답게 꼬챙이에 꽂은 문어도 보이고, 직접 건조한 해산물을 가지고 나온 분들도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본 호미곶 주변 어느 마을. 바다를 마주한 집들이 고즈넉해 보인다. 그 집에서 보이는 바다는 또 어떤 모습일까. 언젠가 다 접고 바다에 내려와 사는 모습을 상상해 본 적도 있지만, 바다는 그저 동경의 대상일 뿐, 어쩌면 쉽게 가질 수 없어서 영원히 더 아름다운 대상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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