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같은 정을 주리라1 오래된 엽서에서 보는 시, '빗물 같은 정을 주리라' 여름날의 소나기처럼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문득 앨범 속에 있던 오래된 이 엽서가 떠올랐다. 이런 엽서를 아직 기억하는 이가 있을까. 20세기 말, 더 정확히는 1980년대 한창 이런 스타일의 엽서가 인기 있던 때가 있었다. 넓은 헤어 밴드에다가 벌키한 점퍼 스타일만 봐도 이 엽서가 어딘가에서 묵은 먼지를 털어내며 나왔다는 건 금세 눈치챌 수 있다. 낯선 곳에 가게 되면 우선 엽서부터 사서 친구에게, 가족에게 띄우곤 했던 때였다. 이 엽서를 버리지 않았던 이유는, 저 구절 때문이었다. "엇갈리어 얼굴 반쯤 봐버린 사람아" "요샌 참 너무 많이 네 생각이 난다" 아까 보던 영화의 한 장면인데, 행길에서 저렇게 스치던 인연도 곧 만남으로 이어진다. 엇갈리어 얼굴 반쯤 봐버린 사람, 그가 추억 속에 잊혀지지 .. 2021. 5. 15.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