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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2

현진건의 <고향> 속 일제의 수탈과 간도 이주 현진건의 '고향'이라는 작품은, 대구에서 서울로 가는 기차 안에서 작중 화자인 '나'와 마주 앉게 된 사내가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기차는 지금처럼 개방된 형태가 아니라, 복도를 통해 이어지는 방처럼 생긴 형태다. 네 명이 그 안에 들어가 앉을 수 있는데, 작품 속 찻간에는 앞서 언급한 작중 화자인 '나'와 바로 맞은 편 사내 외에도, '나'의 곁에 앉은 중국인, 사내의 곁에 앉은 일본인이 더 있다. '나'의 시각으로 본 사내는 좀 유별난 모양새를 하고 있다. 옥양목 저고리에 중국식 바지를 입고, 그 위에 일본식 기모노를 두루마기격으로 걸치고 있다. 감발(헝겊으로 싼 발)에다 짚신까지, 초라한 행색이기도 했지만, 이 나라 사람도 아니고, 저 나라 사람도 아닌 듯한 옷차림이 참 우습다.. 2016. 8. 31.
코미디언 구봉서씨 별세 소식에 하게 된 이런저런 생각들 독일 뉴스를 듣다 보면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 있다. 'ums Leben gekommen'. ums(=um das) 전치사+정관사 / Leben(생, 인생) / gekommen(kommen의 과거분사형: 영어의 come처럼 '오다', 때로는 '가다'의 뜻) 이 말은 관용적으로 쓰여 '사망했다'란 뜻이다. 그러나 이런 관용적 표현을 모르는 사람은 '인생으로 오다', 또는 '생을 향해 가다' 등의 엉뚱한 해석으로 내용을 잘못 알게 될 것이다. 'ums Leben gekommen'은 우리말 '돌아가(셨)다'를 연상시킨다. '코미디언 구봉서씨가 노환으로 별세했다.'에서 '별세'란 말 그대로 세상과 이별하는 것이다. 즉 죽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경우, '죽었다'나 '사망했다'라는 표현은 잘 사용하지 않는다. 상.. 2016. 8. 30.
금강을 바라보며 서 있는 공주 공산성 공주는 아들이 공부하고 있는 곳이라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꼭 가게 되는 도시다. 주말에 볼 일이 있어 잠깐 공주에 들렀다가, 날씨도 선선하니 좋아서 공산성에 올라보았다. 공산성 위에서 바라본 금강의 모습이다. 공주대교와 그 너머 신공주대교의 모습도 보인다. 물길을 따라 쭉 나아가면 그 앞쪽으로 펼쳐진 산이 계룡산 자락이고, 왼쪽이 세종시, 오른쪽은 대전 방향이다. 공주는 조선 시대까지만 해도 '공주목'이라 불리었으며, 전국 8개 감영 중 하나인 충청도 감영이 있던 곳이다. 대쪽같은 선비들이 많았던 이 도시를 축소시키려는 일제의 의도적인 행정 개편으로, 충청 거점으로서의 지위를 빼앗기고 현재 대전시 유성구 일원으로 편입된 '유성' 지역도 함께 빼앗겼다. 이중환의 택리지에도 등장하는 '전국에 살기 좋은 곳.. 2016. 8. 29.
'스트레인저-무황인담'을 통해 본 일본 전국시대와 임진왜란 일본은 메이지 천황의 시대가 오기까지 약 700년 가까이 무사 지배 사회였다. 당시 조선의 선비들이 성리학을 근간으로 학문을 쌓는 동안, 일본은 오랜 세월 막부 체제를 통해 무사들이 나라를 이끌어갔던 것이다. '스트레인저-무황인담'을 통해 본 일본 전국시대와 임진왜란 막부는 무사 정부(정권)이다. 가마쿠라 막부-무로마치 막부로 이어지던 막부 정권은 15세기 말부터 세력이 약화된다. 여기저기서 권력을 쥔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던 혼란기, 즉 전국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그로 인해 전장에서 주군을 잃은 수많은 칼잡이(사무라이)들이 졸지에 갈 곳이 없어지게 되었다. 이른바 낭인이 되어 떠돌기 시작한 그들은, 새로 몸 담을 곳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불사하는 존재들이었다. 영화 에서는 '나나시.. 2016. 8. 28.
샌들을 신고 오른 지리산 2박3일 이른 아침 비바람이 몰아치는가 싶더니, 서서히 날이 개며 파란 하늘이 드러났다. 이렇게 여름 중 가장 서늘한 날을 보내고 나니, 과거 속 어느 날이 떠올랐다. 내 인생에서 가장 서늘했던 여름으로 기억되는, 지리산에서의 2박 3일이 그랬다. 당시 문학 소분과 활동을 하던 나는 어느 날 선배로 부터 지리산 이야기를 들었다. 소설 '지리산'의 영향으로, 지리산을 문학으로 먼저 접했기에 지리산은 내게 나름의 감흥을 주던 산이었다. "이번 여름 지리산 가는 거 어때?" 어떤 선배가 말을 꺼냈다. 산이라고는 고향의 무등산 중봉 정도나 타봤을까, 그것도 내게는 엄청 힘들었는데, 그때의 나는 지리산 알기를, 무등산 중봉쯤으로 알았던 것 같다. 그나마도 선배에게, 나는 산 타는 거 싫다 했지만,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 2016.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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