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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6

더 널리 알리고픈 쑥대머리 쑥은 봄에나 캐서 먹지, 가만히 두면 쑥쑥(?) 자라나 더 이상 먹을 수도 없고 쓸 데도 없게 우거지고 만다. 흔히 폐허를 일컬어, '쑥대밭(쑥밭)이 되었다'고 하는데, 이를 사람의 머리에 빗대, 다듬지 못해 산발이 되어있는 것을 두고 '쑥대머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춘향가에서 십대의 곱디 고운 춘향이 쑥대머리가 된 때는 변사또의 수청을 거절해 가혹한 벌을 받던 옥중에서이다. 당연히 가사가 슬프고 애절하다. 이도령 소식은 알 수가 없고, 옥에 갇혀 고초를 겪었으니 그 심정이 오죽했을까. 얼마 전 어느 예능 프로에서 이 쑥대머리를 부른 이가 유명세를 탔나 보다. 참 아름다운 목소리다. 여기에다, 어쩐지 나는 1990년 전후 우리 국악을 대중가요와 접목하고자 했던 이들의 이름 또한 거론하고 싶다. 김영동, .. 2016. 10. 9.
프라이부르크에서 만난 그녀들-2 프라이부르크에서 만난 그녀들-2. 오늘의 주인공은 당시 내가 살던 곳의 '아담'이라는 이름을 가진 집주인이다. 그녀는 이혼한 여자로, 따로 수입이 없는 주부다 보니 주변 어학원에 등록한 외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숙을 치고 있었다. 프랑스 공항에서 처음 그녀와 통화했을 때의 그 막막감은 사는 동안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눈치가 없었던 건지, 상대의 말 같은 건 안중에도 없었던 건지, 하필 나와 이름이 비슷했던 그녀는 내 주변 사람들을 이렇게 가지고 놀았다. "**이랑 통화 좀 할 수 있을까요?" "응, 나야." 영어든 독일어든 나와 통화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답하곤 해서, 한국에서 전화를 건 내 가족, 또는 어학원 친구들을 당황하게 만들곤 하던, 어쨌거나 이상해도 한참 이상한 그녀였다. 그때는 핸드폰.. 2016. 10. 7.
'달밤에 술 마시기'- 정약용이 권하는 한 잔 간혹 신문에서 괜찮은 걸 건질 때가 있다. 정약용의 이 시는 이년 전 신문에서 찢어내 보관하던 것이다. 정보가 넘치는 세상이다 보니, 한번 더 읽기 위해 이런 걸 일부러 오려서 보관해도 다시 보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웬만한 건 그냥 식탁 근처에 두었다가 대충 보고 버리곤 하는데, 이건 차마 버릴 수가 없었다. 나는 정약용을 참 좋아한다. 그의 학자다움이 좋고, 청빈함이 좋다. 가족을 아끼는 인간 정약용도 좋다. 그런 정약용이니 정조의 사랑을 듬뿍 받았을 만 하다. 그는 정조의 사람이었고, 정조가 선왕의 신하들과 그 숨막히는 환경으로 부터 벗어나기 위해 수원화성을 계획할 당시에도 거중기를 고안해 화성 축조에 큰 공을 세우고, 정조가 물길을 편히 건너갈 수 있도록 배다리도 고안했다. 그러나 갑작스런.. 2016. 10. 5.
기흥호수에서 오산천 따라 동탄호수공원으로 얼마 전 기흥호수 주변 어느 레스토랑에 다녀왔다. 창가 쪽 자리가 비어 있기에 얼른 자리에 앉아 폰으로 사진부터 찍었다. 해가 곧 넘어갈 태세였다. 일전에도 한번 왔다가 창가 자리가 없어 발걸음을 돌렸던 곳이다. 듣던 대로 경치가 끝내준다. 수원 광교 방향 해거름의 정경이다. 왼쪽으로는 동탄신도시의 66층짜리 네 개 동 메타폴리스가 또렷이 보인다. 기흥호수는 행정구역상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속한다. 원래 이름은 신갈저수지다. 용인시 동백 석성산 자락에서 발원하는 오산천이 동백호수공원을 거쳐 신갈을 돌아 작은 지류들과 한데 모여서 이곳 저수지를 이루었다. 바다나 호수, 하천 등이 보이는 조망이 얼마 전부터 각광을 받기 시작하면서 도시마다 저수지 새 단장과 하천 정비에 여념이 없다. 오산천의 수질을 판가름.. 2016. 10. 3.
마음 속에 간직된 아름다운 호수, 티티제 독일 남서쪽에 위치한 프라이부르크는 서쪽으로는 프랑스, 남쪽으로는 스위스를 가까이 두고 있는 도시이다. 동쪽으로는 '슈바르츠발트(검은숲/흑림 Schwarzwald)'가 있다. 프라이부르크가 프랑스와 인접하다 보니, 그곳 사람들은 심심하면 프랑스 도시 '꼴마(Comar)'에 간다. 국경만 살짝 넘을 뿐인데도 정취가 상당히 달라진다고 한다. 아마도 언어가 바뀌니 그런 느낌이 더 들지 않았을까 싶다. 나는 무척이나 가난한 학생이었으므로 '꼴마' 정도도 한 번도 가보지 못 했다. 관련 이야기: 아날로그 시대, 겁없던 짠순이의 독일행-1 아날로그 시대, 겁없던 짠순이의 독일행-2 프라이부르크에서 만난 그녀들-1 인근에 가본 곳이라고는 그저 학생증으로 무료 이용 가능했던 구간인 '티티제(Titisee)' 뿐이었다... 2016.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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