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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3

치과 과잉진료 걱정 십년 전 쯤 금으로 떼워둔 이 하나가 몇 달 전부터 가장자리 부분에 까칠까칠한 감이 있더니만, 음식을 먹다가 갑자기 떨어져 나갔다. 세상에서 제일 싫은 것 중 하나가 바로 치과에 가는 일인데 또 시작이다. 사정상 다른 곳에서 진료를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간단히 붙이기만 하려고 어느 치과를 방문했다. 치과 문을 열면 주변의 냄새부터 그곳이 치과임을 알려준다. 편안한 기분이 드는 곳은 역시 아니다. 들어서는 내게, 카운터 직원이 뭔가를 쓰라고 한다. 이름이며 주민번호, 주소, 심지어 치아보험 가입 유무도 묻고 있다. 왠지 그 부분이 기분 나빠서 치아보험이 있지만 없음에 체크를 했다. 그랬더니 이번엔 주민번호 뒷자리까지 요구한다. 진료를 받으러 온 이상 써야 한다면 써야지.. 진료실 쪽에서 기계음과 함께.. 2018. 5. 16.
펜팔의 기억, 천안 천안역을 일부러 찾은 것은 아니었다. 천안아산역(KTX역)에 갈 일이 있었는데 차를 가져갈 형편이 안 돼서 전철 1호선을 타게 되었다. 천안아산역을 가려면 신창행을 타야 했지만 천안역까지 가는 열차가 먼저 오길래 갈아탈 요량으로 나도 모르게 올라탔다. 어쩌면 그 순간 내 맘 속에서는 그곳에 꼭 들러야 할 것만 같은 낯선 망설임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 천안역 - 천안은 나의 펜팔이 살았던 곳이다. 중학교 2학년, 한창 팝송을 듣던 때였다. 팝송책 뒤에 붙어있던 펜팔 신청 엽서를 호기심 반으로 작성해 보냈는데, 기억에서 서서히 잊혀질 때쯤 전국 방방곡곡에서 편지가 밀려들었다. 중학생이었으니 그저 미지의 세계에서 온 편지들이 신기하고 너무도 재미있기만 했다. 보내진 않고 받기만 하던 편지들 속에 어쩐지 답.. 2018. 5. 15.
남아 있는 나날 -3 평생을 달링턴홀에서만 살던 스티븐스에게 그의 새 주인 패러데이가 여행을 제안한다. 자신의 포드를 내주고 기름값을 지원하겠다는 말과 함께. 새 집을 인수한 후 직원에 대한 배려 차원의 선심이었을 테지만 달링턴홀의 집사로만 살아온 스티븐스가 노년에 접어든 시점에 그 제안을 쉽게 받아들인 이유는 켄턴양이 보낸 편지 때문이었다. 스티븐스에게는 여전히 '켄턴양'으로 기억되지만, 그녀가 달링턴홀을 떠나 결혼해 '벤 부인'이 된 것은 이미 오래 전 일이다. "남은 인생이 텅 빈 허공처럼 제 앞에 펼쳐집니다." 이렇게 시작된 그녀 편지를 읽으며 그는 어쩌면 캔턴양의 결혼생활이 잘못되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3층 침실 아래로 보이던 잔디밭과 멀리 언덕진 초원의 풍경을 좋아했습니다." 달링턴홀에 대한 그리.. 2018. 5. 14.
남아 있는 나날 -2 이 작품 '남아 있는 나날'을 읽다 보면, '남아있는 나날'에 대한 희망보다 살아온 나날에 대한 회한이 더 강렬해진다. 달링턴홀에서 평생을 집사로 일했던 스티븐스는, 자신의 본분에 충실하며 최고의 집사로 살고자 평생 주인만을 바라보며 산다. 원칙적이면서도 반듯한 그의 삶의 태도는 자신에게 있어 '위대한 집사'로서 당연하고도 필연적인 덕목이었지만, 세월이 흘러 그가 지나온 날들을 더듬었을 때 일면 아쉬움으로 남는다. 세상 사람들이 주인이었던 달링턴경을 보고 나치 조력자라는 이유로 아무리 욕을 해도 스티븐스 만큼은 주인의 순수함을 의심치 않았다. (사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책 맨 끝 번역자의 해설처럼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을 논할 정도의 거창한 주제가 아닐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스티븐스에.. 2018. 5. 13.
남아 있는 나날- 1 서점에서 이 책을 접한 것은 한참 전이다. 서점 가판대 앞을 지나다가 '가즈오 이시구로'라는 이름을 접하고, 그가 2017 노벨문학상 수상자임을 떠올리며 집어든 것인데, 집에 놓고 읽다 말다, 한참을 방치하다 결국 다시 처음부터 읽게 되었다. 가즈오 이시구로(Kazuo Ishiguro)는 1954년 일본에서 태어나 다섯 살 되던 해에 부친을 따라 영국에 이주해 철학과 문예 창작을 공부했다. 그 이후에도 영국에 살면서 일본색을 가진 영국의 작가로 살고 있다. 이 책 '남아있는 나날'은 가즈오 이시구로의 작품들 중에 어떤 걸 읽어볼까 하다가 별다른 이유 없이 집어든 책이다. 제목이 어쩐지 친근한 느낌이 들었는데, 나중에 보니 영화로도 나와 있다. 타임즈가 선정한 '1945년 이후 영국의 위대한 작가 50인'.. 2018.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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