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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341

2008년 마지막 날.. 하늘을 수 놓는 화려한 불꽃의 제전을 관람하려고 영하의 차가운 밤바람에 오들거리다가 결국 몇 분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북향으로 자리잡은 나의 집이 한겨울 추위만큼이나 얄밉게 느껴지는 게 오늘같은 날이다. 시내쪽으로 나 있지 않은 창문이라서 시내에서 별 불꽃쇼를 다 해도 소리만 무성할 뿐, 하나도 보이질 않는다. 기어이 불꽃 한 점이라도 보고 싶은 이 마음.. 아마도 한 해가 가고 있기 때문에 더 하지 않을까 싶다. 나이만 한 살 더 먹는 새날을 뭣 때문에 기리려고 이리 안달 하는 걸까. 나도 알 수가 없다. 오늘만 해도 내게는 특별할 것 없는 하루였다. 한 가지 굳이 끄집어 내서 말하자면 하나 있다. 그전부터 고장나서 물이 조금씩 흘러내리곤 하던 변기가 어제부터 드디어 발악을 했다. 그래서 오늘은 맘잡.. 2008. 12. 31.
장미와 빤따롱/ 검은 고양이 네로 아이들의 유치원 재롱잔치에 가 보면 이어지는 동요 무대 속에, 유독 유행가 한두 곡 쯤은 필수로 들어가 있게 마련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유치원생의 엄마였던 내게, "어머나, 어머나, 이러지 마세요. 여자의 마음은 갈대랍니다..."하는 장윤정의 노래나, "텔미, 텔미, 텔텔텔텔테 텔미"하는 원더걸스의 노래는 그 어떤 동요보다도 아이들의 귀여움을 돋보이게 하던 곡이었다. "어~머나!" 하며, 원더걸스 소희의 제스춰를 따라 손을 입으로 가져가던 아이의 모습을 집에서부터 보았으면서도,재롱잔치 무대위에서 율동을 하는 내 아이를 보는 순간 달려가 뽀뽀를 한껏 해주고 싶던 그 마음이란... 내 아이들처럼 내게도, 비록 유치원은 아니었을 망정 고단한 일상에 지친 어른들 앞에서 그 세대를 풍미하던 유행가를 한껏 뽐내던 .. 2008. 12. 27.
크리스마스 이브에.. 크리스마스 이브다. 며칠간 길이 꽉 막히고 버스가 노선을 바꾸기도 하면서 우리의 명절 만큼이나 부산한 크리스마스 이동이 시작되었지만, 오늘 오후가 되니 길에 한산함만이 감돈다. 그도 그럴 것이, 독일은 크리스마스 이브 2시 이후로 가게들이 다 문을 닫는다. 물론 크리스마스 장도 마찬가지, 바로 어제가 마지막 날이었다. 다행이도 가게에 친절하게 붙어 있던 안내문 덕분에 오늘 2시 이후로 모든 상가가 문을 닫는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어놔서 이것저것 사다가, 냉장고에 한 가득 비축을 해둘 수 있었다. 모레까지 이틀하고도 반나절, 아니, 토요일이 샌드위치로 끼어 있어서 아마도 일요일까진 이 정적이 계속될 것이다. 아니, 그 또한 아닌 것이, 학교나 직장들에선 2주 이상의 크리스마스 휴가가 이미 시작되어서 텅 빈.. 2008. 12. 24.
교과서 빌려주는 나라 학교 적응기간 동안에 내준 '그림 그리기', '색칠하기' 등등의 숙제가 끝나고 나자, 며칠 전부터 숙제랍시고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는 날이 더 많아진 유노, 가만히 보니 교과서에다 연필로 답을 써내려가는 게 아닌가... 놀라서 한걸음에 달려가 지우개를 들고 얼른 지워 보니 다행히도 꾹꾹 눌러 쓰진 않아, 지우개가 지나간 자리가 깨끗하게 정리가 된다. 우리나라 같으면 한 학기가 끝나갈 즈음에 무상으로 한아름 제공이 되는 교과서를, 독일에서는 학생들에게 마음껏 제공하지 않는다. 지방자치가 잘 분권이 되어 있는 독일이니 전 지역 사정이 다 같지는 않겠지만, 바이에른(Bayern) 주의 경우에는 무상 공급되는 교과서 대신에 '빌려주는 교과서'만 있다. 이미 몇 년은 됨직한 교과서 첫장에는 학교의 재산임을 표시하.. 2008. 11. 3.
Tagliatelle 볶음국수 오랜만에 오븐에 감자와 옥수수를 구웠다. 애들 먹이는 거라서 일부러 작은 감자를 택했는데, 사진으로 보니 좀 민망하다. 역시 우리 정서엔 누들도 듬뿍, 감자도 큼지막한 걸 써야 제격인 듯.. 오늘의 누들, 탈리아텔레(Tagliatelle).. 삶은 Tagliatelle에 '바질'(독일어로는 '바실리쿰'이라 한다.) 넣고 볶은 면이다. 거기에 살라미(잘라미)를 썰어 넣었더니 애들이 너무나 행복해 한다. 사진용으로 누들을 더 담을 수도 있었건만, 배 고프다고 달려드는 녀석들 기다리게 할 수가 없어서 그냥 애들 양만큼 조금 던 채로 그냥 찍었는데, 너무 심했나.. 어쨌든 맛은 최고.. 우선 감자와 옥수수가 딱 적당할 정도로 잘 익었고, 누들도 정말 쫄깃거리고 맛있었다. 사실 내 특기는 '누들'이 아니다. 다른.. 2008.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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