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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에 반전, 범죄청소부 마담B

by 비르케 2025.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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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행동에는 결과가 뒤따른다."
아드리앙은 종종 되풀이했고, 이렇게 덧붙였다.
"네 선택들에 책임을 질 때 비로소 어른이 되는 거야."

반전에 반전, 범죄청소부 마담B

범죄청소부 마담 B

원제: Madame B

장르: 미스터리

작가: 상드린 데통브(Sandrine Destombes)

출판사: 다산책방

초판 발행: 2024년 12월

 

 

상드린 데통브(Sandrine Destombes)


1971년 4월 29일 프랑스 출생

2018년 Les Jumeaux de Piolenc로 VSD범죄소설 그랑프리 수상. 뒤이은 작품들로 프랑스 스릴러의 여왕으로 알려짐

2025년 3월 베르나르 베르베르 등이 참가한 작가단체 '라 리그 드 리마지네르(Ligue de l'imaginaire)'에 합류

 

 

범죄청소부 마담 B


범죄 청소부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어느 정도 상상은 갔다. 범죄 현장에 들어가 그 시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혈흔부터 시체까지 흔적을 없애 현장을 정리하는 일을 담당하는 마담 B. 본명은 블랑슈. 사실 번역상 '범죄 청소부'라는 단어 대신 다른 표현을 선택했더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으로 전체 점검만 마치면 블랑슈 바르자크는 그 아파트의 문을 다시 닫을 수 있었다. 이제 얼룩 하나만 남았고 서둘러 집에 돌아가고 싶었다. 어깨가 쑤시는 데다가 밤새 쭈그리고 있었더니 무릎이 불타는 것 같았다... 아드리앙이 경고했었다. 특정 나이가 지나면 그 일은 무엇보다 육체적으로 큰 부담이라고... 연말이면 그녀는 서른아홉이 된다. 부족한 것은 약간의 운동뿐, 그것 말고는 없었다. 

 

책의 시작 부분은 이렇다. 범죄의 흔적을 지우고 곧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는 블랑슈. 그녀가 범죄의 현장을 정리하는 모습이 구체적으로 묘사된다. 철저함이 필요한 일이고, 그녀 스스로 이 일에 관해서는 나름대로 자부심에 사로잡혀 있다. 

 

19세에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그녀는 줄곧 양아버지인 아드리앙과 함께 살고 있다. 그녀에게 지금의 일을 할 수 있도록 기술을 전수해 준 이도 아드리앙이었다. 그녀는 15년간 한 치의 실수 없이 일을 해왔다. 그러니 블랑슈 스스로는 자신이 이 업계에서 그래도 일류에 속한다 생각한다.  

 

어느 날 사냥개에서 메일이 온다. 사냥개는 그녀를 신뢰한 첫 번째 고객으로, 거물급의 의뢰인이다. 블랑슈는 그의 제안을 승인하고 그의 지시에 따라 어느 범행현장을 정리한다. 

 

이쯤 해서 이야기는 급물살을 탄다. 블랑슈는 범행 현장 수거품 중에 낯익은 물건을 발견한다. 20년 전 죽은 어머니의 스카프. 그 스카프에는 선명하게 피가 묻어 있었다. 20년간 집안에 고이 간직되어 있던 물건이 어떤 이유로 범행 현장에 놓여 있게 되었을까. 블랑슈의 근간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그 와중에 아드리앙마저 사라진다. 

 

블랑슈는 이제껏 방파제가 되어준 아드리앙이 없는 삶을 상상해 본 적이 없다. 휴대전화까지 두고 사라진 아드리앙을 찾아 나서며 그녀는 점점 수렁으로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점차 모든 정황이 아드리앙이 아닌 자신과 연결되고 있음을 감지한다. 하나씩 어긋나기 시작하는 사건들. 덮친 데 덮친 격으로 블랑슈의 착란증세까지 심해진다. 

 

 

범죄 청소부 마담 B

책의 커버는 '범죄 청소부 마담 B'라는 제목 아래 머리카락을 질끈 동여매는 여자의 뒷모습을 담았다. 목까지 올라온 옷의 칼라와 야무지게 머리카락을 정리하는 모습에서 범죄현장에 자신의 흔적을 하나도 떨구지 않으려는 세심함과 프로다운 결의가 보인다. 

 

결코 지울 수 없는 과거. 한치의 과오도 없었노라, 깨끗이 지웠노라 여겼던 과거는 과연 깨끗했던가. 누군가의 의뢰를 받아 그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다, 당연히 죽어야 했을 이가 죽은 거다 믿고 싶었던 것은 양심에 대한 이율배반이 아니었던가.

 

위급한 상황 앞에 정신착란을  일으키는 이가 과연 이 일을 어떻게 해냈을지를 감안하면, 자신은 그렇게 믿고 싶었고 당연히 그럴 거라는 확신하에 범죄의 흔적을 잘 지우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 여겼던 게 분명하다. 그녀가 자신을 일류라 칭하며 자신 있게 해치웠던 일들마저 부정해야만 하는 상황. 

 

소설을 읽으며 '과거'라는 시간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자랑스러웠거나 반대로 부끄러웠던 어느 한 시점도 파고들어가 보면 또 다른 진실과 마주할 수 있음에 대해. 잊혀진 과거는 어쩌면 잊고 싶은 과거일 수도 있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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