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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중에도 유독 힘든 농사가 따로 있나 보다. 시어머니 말씀에 따르면, 어머님이 지으신 농사 중에 참깨가 가장 손이 많이 간다고 한다. 연로하신 연세에는 더욱 그래 보인다.
대학 시절을 떠올려 보면, 등록금 인상 때마다 등장하던 구호도 '깨'에 관련된 것이었다.
"깨 팔아서 대학 왔다, 등록금 인상 웬말이냐!"
아직도 절절히 생각나는 구호다.
어머님은 홀로 되신 이후 논농사를 이웃에게 소작 주셨다. 연세도 많고, 혼자서는 논 농사를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소작료 대신 본인과 자식들 먹을 것만 대주면 되는 걸로 이야기가 오갔다. 그러나 어머님이 끝내 지고 가야 할 일이 바로 참깨 농사였다. 이제껏 해년마다 참깨 농사를 지어 수확을 한 후, 깨를 널고, 말리고, 털어내고... 마침내 장날 장에 가서 기름을 짠 다음 자식들이 오갈 때마다, 한번씩 보내는 농사 걷이에 끼워 보내는 것은 어머님만의 소소한 즐거움이자, 어쩌면 끊어낼 수 없는 버거운 노동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머님이 참깨를 기름집에 가져 가면 그곳에서는 기름을 짜서 출처를 알 수 없는 소줏병이나 음료수병에 담아준다.
지난 번 시댁에 갔을 때 어머님이 기어이 참기름 한 병을 챙겨 주셨다. 그래도 다른 때는 외관상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이번 것은 병뚜껑이 더러워도 너무 더러워서 다른 병에 옮겨 담았다. 그러고 나니 어머님이 손수 짜주신 기름을 좀 더 맛있게 먹게 될 것 같아 내 마음까지 가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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