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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노래.. 음악이야기..

나라위해 싸우고도 범죄자로 전락한 이들, 그 가족의 노래

by 비르케 2016.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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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뭐라 나쁘게 말하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역시나 '사랑하는 사람'이다.

 

독일 노래, 'Opa ich vermisse dich'는

전쟁에 나가 전사한 할아버지를 그리는

할머니와 손자의 마음을

 잘 담아낸 노래이다.

 

전범이라는 낙인이 찍힌 사람일지라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듬직한 아들,

자상한 남편,

멋진 할아버지일 수 있다.

 

전쟁범죄를 미화한다 평하는 이가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설령 전범이라 할 지라도

결국 그들도 '시대의 희생양'이다.

전쟁이 아니었더라면

그냥 평범한 삶을 살았을 이들이기 때문이다.

 

한나 아렌트의 말을 빌어,

악은 우리 곁에 늘 평범한 모습으로 있을 뿐,

특별한 살인마의 모습이 아니다.  

 

가족의 입장에서 라면,

사회적으로 어떤 사람이었든

가슴속에 사무치는 아픔과

그리움의 대상으로 남을 것이다.

 

사회적인 처벌과는 별개로,

한 가족의 아픔 측면에서

충분히 공감하고도 남음직한

그런 노래 가사라고 나는 생각한다.  

 

 

 

할아버지, 당신이 그리워요

(Opa ich vermisse Dich- Sleipnir)

 

할머니네 갔던 어느 날이었어요.

케이크와 커피향이 감돌았지요.

우리는 할머니 말에 귀를 귀울였죠.

 

할아버지 이야기를 하면서

할머니가 흘리던 눈물을 잊을 수가 없어요.

모두가 참 힘든 시대였어요.

벽에 걸린 사진들을 바라봅니다. 

 

할아버지, 당신이 그리워요.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합니다.

사람들이 뭐라 하든

당신은 멋진 남자였다고.

 

할머니가 그러더군요.

당신은 영웅이었다고,

나라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바쳤다고.

할머니의 눈물은 거짓이 아니죠.

저도 당신에 대해 더 알고 싶어요.

 

우리가 상상도 못 할 그 시절에 대해

 할머니가 이야기 했죠.

눈물과 행운(죽고 사는 것이 운에 달림)과

고통으로 점철된 시대였다고. 

 

할아버지에 대해 말할 때면 언제나

할머니의 음성은 맑고 따뜻해져요.

그리고는 이내 눈을 감고

내 어깨에 잠 들듯 기대곤 하지요.

 

모두가 참 힘든 시대였어요.

벽에 걸린 사진들을 바라봅니다.

 

 

독일은 이탈리아, 일본과 함께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나라다.

나치즘과 파시즘, 제국주의의 콜라보는

수많은 사람들을 고통속으로 몰아넣었다.

 

그전, 제1차 세계대전은 인간이 만들어낸

온갖 신무기들의 각축장이었고,

그 결과는 상상할 수 없었을 만큼 참혹했다.

 

유럽의 다른 나라들에 비해

이권 개입에 한발 늦었던 독일은

뒤늦게 야욕을 채워나가려 무리를 했고,

결국 패전의 쓰라린 아픔과 함께

천문학적 전쟁 배상금을 떠안았다.

 

그 폐허속에서 일어나는 방법이 무엇일까..

그런 고민을 하던 그들이 택한 것은

'나치즘'을 내건, '한번 더 전쟁' 뿐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독일 남자들은 전장으로,

어린 소년소녀들은 대부분

자신의 의사와 관계 없이

주로 나치를 맹신하던 부모에 의해

(당시 사회가 집단 정신병적 현상을 보였음)

히틀러유겐트(히틀러 소년단?) 입단,

혹독한 훈련끝에 소년병으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여자들 또한 끝없는 노역으로 병들어 갔다.

 

자의였든, 타의였든,

사회가 광신적 현상에 빠지면

사이비종교나 별반 다를 바가 없다. 

 

눈에 뭔가가 씌였으니

소중한 자녀들을 있는 대로 다 

히틀러 유겐트에 입단시키고

 흐뭇한 웃음까지 짓지 않았겠는가.

세월이 흐르고 나서

후회와 통탄으로 얼룩진 세월을

살았을 것임은 자명하다.

 

전쟁으로 죽거나 다치고,

가족과 집과 삶의 기반을 잃어버린,

그런 의미에서 모두가 희생양이었다.

 

노래 가사에 등장하는

"모두가 참 힘든 시기였어요"

(Sie alle gingen damals einen schweren Gang)

도 비슷한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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