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은 봄에나 캐서 먹지,
가만히 두면 쑥쑥(?) 자라나
더 이상 먹을 수도 없고 쓸 데도 없게
우거지고 만다.
흔히 폐허를 일컬어,
'쑥대밭(쑥밭)이 되었다'고 하는데,
이를 사람의 머리에 빗대,
다듬지 못해 산발이 되어있는 것을 두고
'쑥대머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춘향가에서 십대의 곱디 고운 춘향이
쑥대머리가 된 때는
변사또의 수청을 거절해
가혹한 벌을 받던 옥중에서이다.
당연히 가사가 슬프고 애절하다.
이도령 소식은 알 수가 없고,
옥에 갇혀 고초를 겪었으니
그 심정이 오죽했을까.
얼마 전 어느 예능 프로에서
이 쑥대머리를 부른 이가
유명세를 탔나 보다.
참 아름다운 목소리다.
여기에다, 어쩐지 나는 1990년 전후
우리 국악을 대중가요와 접목하고자 했던
이들의 이름 또한 거론하고 싶다.
김영동, 슬기둥, 김수철 등
내가 아는 이들은 여기까지지만,
이들 이외에도
'국악가요'나 '신민요'라는 장르를
대중가요의 새로운 갈래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이 많았던 걸로 안다.
김영동/슬기둥 음반에 수록된 곡들은
어느 곡 하나 빼놓을 수 없이
많은 감동을 주었다.
세대는 다를지라도 우리 가락이라서
조금만 시대에 맞게 해석해도
결코 어려운 음악이 아닌 것이다.
쑥대머리, 귀신같구나.
적막한 감옥방 찬 자리에
생각나는 것은 님 뿐이구나.
보고 싶어, 한양 낭군 보고 싶어.
오리정(五里亭:춘향과 이도령이 이별한 정자)
이별 후에
일장서(편지 한 장)를 못 봤으니..
부모봉양, 글 공부에 겨를이 없어 이러는가
연이신혼(宴爾新婚:새로 연분을 만나 혼인함)
금슬좋게 사느라 나를 잊어버린 것인가
계궁 항아(桂宮恒娥:계궁-달에 있다는 계수나무 궁전,
항아는 달나라에 산다는 미인의 이름)
추월같이 번듯이 솟아서 비추고저.
막왕막래(莫往莫來:춘향이 서울을 찾아갈 수도 없고 이도령이 오지도 않는 상황) 막혔으니
앵무서 (鸚鵡書:앵무가 사람 말을 따라 하듯, 곧 오는 편지 답장)를
내가 못 봤으니.
임방울 옹이 부른 '쑥대머리'는
느낌이 또 다르다.
가사도 위의 것보다 더 길다.
당연히 위의 슬기둥 연주/강호중 노래는
대중에 맞게 쓰여진 새 노래고,
임방울 옹이 부른 쑥대머리가 원본이다.
지금 들어보니 임방울 옹의 노래도 참 좋다.
쑥대머리 귀신 형용,
적막 옥방 찬 자리에 생각하느니 임뿐이로다.
보고지고 보고지고 한양 낭군 보고지고,
오리정 이별 후로 일 장 수서(手書)를 못 받았으니,
부모 봉양 글공부에 겨를이 없어서 이러는가,
연이신혼(宴爾新婚) 금실우지(琴瑟友之)
나를 잊고 이러는가.
계궁항아(桂宮姮娥) 추월 같이
번듯이 솟아서 비취고저,
막왕막래(莫往莫來) 막혔으니
앵무서(鸚鵡書)를 어찌보며
전전반측 잠 못 드니
호접몽(蝴蝶夢)을 어이 꿀 수 있나.
손가락에 피를 내어 이 사정을 편지할까,
간장의 썩은 물로 임의 화상을 그려 볼까.
이화일지(梨花一枝) 춘대우(春帶雨)에
내 눈물을 뿌렸으면,
야우문령(夜雨聞鈴) 단장성(斷腸聲)의
빗소리 들어도 임의 생각,
추우오동(秋雨梧桐) 엽락시(葉落時)에
잎만 떨어져도 임의 생각,
녹수부용(綠水芙蓉) 연 캐는 채련녀(採蓮女)와
제롱망채(提籠忘採)에 뽕 따는 여인네들
낭군 생각은 일반이나,
뽕을 따고 연도 캐니 나보다는 좋은 팔자.
옥문 밖을 못 나가고 임을 다시 못 뵈오니,
이 몸이 죽게 되면 무덤 앞에 돋는 나무는
상사목(想思木)이 될 것이요,
무덤 옆에 섰는 돌은 망부석(望夫石)이 될 것이니,
생전 사후 이 원통을 알아 줄 이 뉘 있더란 말이냐,
퍼뜨리고 앉아서 슬피 운다.
-- 참조 --
이화일지춘대우(李花一支春待雨)
배꽃 가지가 봄비에 젖어있는 모습
야우문령단장성(夜雨聞鈴斷腸聲)
밤에 내리는 빗방울 소리에 창자가 끊어지는 듯함
추우오동엽락시(秋雨梧桐葉落時)
가을비에 오동나무 잎이 떨어지는 때
녹수부용 (綠水芙蓉)
연꽃이 피어있는 푸른 물
제롱망채엽 (提籠忘採葉)
바구니를 든 채 뽕잎 따는 것도 잊고 멍하니 넋놓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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