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처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이른 가을날이었다.
시장 모퉁이를 돌다가
애절한 노랫가락을 만났다.
"이쁜이 꽃분이 모두 나와 반겨 주겠지
달려라 고향 열차 설레는 가슴 안고..."
소리가 나는 곳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니
다 기울어가는 허름한 식당 입구에서
초로(初老)의 여인이
밖을 내다보며 구슬픈 얼굴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20대였던 나는 그 노래의 제목도,
그 노래를 부른 가수도 몰랐다.
그저 지나는 사람의 심금을 울릴 만큼
노랫가락이 구슬펐고,
이쁜이, 꽃분이라는 이름이 정겨웠다.
소리에 이끌려 식당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노래를 그치고 내게로 다가와
뭘 줄까냐고 물었다.
뭘 먹었는지도 모르겠다.
먹으면서, 식당 입구에 다시 앉은
그녀의 모습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저 평범한, 아니 어쩌면
한때 작부였을지도 모를 그녀를 보며
왠지 모를 가슴 아픔이 밀려왔다.
"노래를 참 잘 하세요."
내 말에 그녀는 멋적게 웃으며 한 마디 한다.
"뭘~ 이젠 갔제."
노래 제목을 묻는 내게 그녀가 되물었다.
"이 노랠 몰라?"
나는 그날 나보다 한참 나이 많은 그녀에게
한 번 더 그 노래를 불러달라는 부탁을
차마 할 수가 없었다.
세월은 흘렀지만
그녀의 애절한 그 노랫가락은
아직도 내 마음 한 자리에 남아,
나도 모르게 몇 소절
홀로 주절거리게 한다.
그때마다 나도 그녀의 창법이 되곤 한다.
하지만 끊어내듯 간드러지며 애절한
그녀의 독특한 창법과 달리,
나의 창법은 청승맞기 그지 없다
그래서 얼른 또 그쳐버리고 만다.
그런 연유로 나머지 부분은 늘
맘 속으로만 부른다.
'눈 감아도 떠오르는 그리운 나의 고향역'
여전히 참 안 어울린다.
♠ ♠
나중에 알고 보니
노래 속에 등장하는 이름들도
내가 알던 바와 달리,
이쁜이 꽃분이가 아닌, 이뿐이 곱뿐이였다.
어쩔 수 없는 세대 차이였을까..
이 노래는 추석에 인기 있는 가요들 중
하나라고 한다.
가사만 보면 고향을 찾는 이의 설렘과
어머니를 얼싸안은 반가움이 느껴진다.
나훈아씨의 노래를 들어도
흥겨움이 먼저 묻어난다.
그러나 내가 그날 들었던 고향역은
그 어떤 노래보다 구슬펐다.
곡조도 아래 조관우의 것만큼이나 느렸다.
아래 영상들 중
장윤정과 조관우의 콜라보라도
그 느낌을 채우긴 어려울 것이다.
그 여인의 노래 마디마디에 세월과,
알 수 없는 어떤 깊은 곡절이 묻어있었기에
사람의 심금을 그리도 울리지 않았을까...
추석에 인기 있는 곡이라고는 하지만,
어쩌면 '나훈아' 시절의
'설레는' 고향행이 아닌,
조관우 느낌의,
왠지 그런 정겨운 고향역을
마음속으로나마 그리는 것만 같은..
그런 의미에서 인기가 있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한다.
모든 사람들에게
추석 연휴는 어떤 의미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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