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살던 아파트에 결로가 생겼었다. 어이없었던 점은 처음 증상이 발생한 게 겨울도 아닌, 늦가을이었단 사실이다. 새로 분양 받은 아파트였기 때문에 당연히 시공사 측에서 해결해줄 거라 생각했는데, 안팎에서 여러 차례 보강을 했음에도 결국 이사를 나올 때까지 결로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때 당시 A/S팀에서는, 새 아파트는 원래 물기가 완전히 마르는 데 시간이 좀 걸린다며, 이는 시공 하자가 아니라고 했었다. 그런데 오늘 지인 중 한 사람이 그와 똑같은 말을 자기네 하자접수팀에서 들었다며 속상한 나머지 언성을 높였다. 정말로 그런 이유때문에 결로가 생기는 것인지, 하자접수시 그들의 고정 멘트인지는 알 수가 없다.
결로란 흔히들 알다시피, 結露, 즉 이슬 맺힘 현상을 말한다. 주로 건물 밖과 안쪽의 온도 차이에 의해 발생하는데, 차가운 물이 담긴 유리컵을 상상해 보면 이해가 쉽게 된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쪽은 찬 공기가, 다른 한쪽은 따뜻한 공기가 상존할 경우, 따뜻한 쪽 벽에 이슬이 맺히는 현상이다.
유리를 사이에 두고 온도가 다른 공기들이 서로 만나게 되는 경우도 원리는 같다. 요새 아파트들은 창문이 이중창이고, 신축의 경우 대부분 로이창을 택하고 있기 때문에 단열 성능도 뛰어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주로 북향이다. 집을 구할 때 대부분 남향을 따지지만, 이는 거실 기준일 뿐, 그 집에 들어서면 실제로 방들이 북쪽을 향해 있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북쪽 방은 아이들 공부방이나 팬트리로는 좋지만, 침실로 사용하기에는 좋지 않다. 그래서 일까, 옛부터 북향은 귀신을 향한 방향으로 알려져 있다. 어둡고 습한...
사이드 집이 많다. 사이드쪽 집들은 외기와 직접 만나기 때문에 결로가 많이 생긴다. 사이드쪽에 안방이 위치한다면 장농 위치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벽에 생기는 결로는 장농 뒤에 있을 때 스멀스멀 곰팡이로 더 잘 자리잡기 때문이다.
지인의 집과 내가 살던 아파트는 두 곳 모두 건물의 사이드에 위치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집안에 들어와서 보더라도 옆집과 맞닿은 부분은 아무 문제가 없지만, 주로 외벽쪽이 문제다. 그나마 우리집 거실(사진)은 남동향이라 더 나은 편이다. 찍어둔 사진이 없어서 못 올리지만, 북동향이었던 아이들 방의 결로는 정말 참담할 정도였다. 가만 두면 곰팡이라도 생길 것 같아서, 사는 동안 그 방은 겨울에 아예 침실로 사용하지 않았었다.
이미 결로가 생겼다면? 절대 방치하면 안 된다. 방치하면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다음으로 곰팡이 꽃을 고민해야 하는 수가 있다. 불편하긴 하겠지만, 결로를 없애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서늘하게 지내는 것 뿐이다. 서늘하게 사는 게 건강에도 좋다고 하니, 살짝 더 껴입고 겨울을 나는 것도 방법이다.
1.실내 온도 낮추기
난방을 많이 하지 않는 게 좋다. 좀 춥긴 하겠지만 결로때문에 건강을 망치는 것보다 내복 입고 슬리퍼 신는 불편함이 더 낫다. 집안 공기가 서늘할수록 바깥과 온도 차이가 덜 나기 때문에 결로도 덜 생긴다.
2.창문에 맺힌 이슬 제거
물기를 제거하지 않으면 물기가 곰팡이로 변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특히 아침에 물기를 잘 닦아내는 일, 생각보다 중요한 작업이다.
3.바깥 창 살짝 열어두기
창문에 결로가 발생한 경우, 이중창 중에서도 외부에 있는 창을 조금(0.5cm~1cm로도 충분함) 열어두면 신기하게도 유리창에 결로가 제거된다. 이때 내측창은 꽉 닫아둔 상태로 둔다. 이 방법은 이래저래 해결점을 찾기 위해 나름 실험을 해보다가 저절로 터득한 결과인데, 나중에 보니 많이 사람들이 이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나처럼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해 본 사람들이 그리도 많았을까 의아했던 부분이다.
사이드건 북향이건 철저히 시공했다면 결로 하자는 생기지 않을 것이고, 또, 남향이라 해도 단열이 제대로 안 되었거나 벽에 보이지 않는 균열이 있는 경우에는 결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전적으로 시공 능력이 가장 중요한 셈이다.
두 해를 보내고 집을 팔게 되었을 때 집을 보러왔던 이가 말했다.
"결로가 있나 봐요. 바깥 창이 살짝 열려 있는 게."
집은 깨끗했지만, 아는 사람의 눈에는 더 잘 보이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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