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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보일러가 갑자기 고장났습니다. 뜨거운 물이 안 나와도 문제지만, 뜨거운 물을 쓰지도 않는데 보일러가 이유도 없이 돌아가는 건 더 속을 타게 하더군요. 여름철이라서 난방은 꺼져 있으니 문제가 있다면 뜨거운 물과 연관이 있었을 듯 합니다. 보일러 기계속에서 점화되는 소리가 나고 나면 계기판의 숫자도 딸깍딸깍 덩달아 돌아가더군요. 시간을 재보니 매 4-5분마다 자동으로 점화가 되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큰 맘먹고 보일러 기계의 문을 열어 보았습니다.
저 같은 기계치를 위해 친절하게 그림까지 부착되어 있지만 문제해결에는 별반 도움이 되지 못 하는 내용들입니다. 계절에 따라 단추를 어디로 돌려놓을 것인지, 따뜻한 물만 쓰고 난방을 안 하고 싶으면 어떻게 할 것인지 하는 그저 일반적인 설명이 다입니다.
고장을 확인하고 나서 몇번이나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는데도 외출중인지 저녁이 되도록 통화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우스마이스터'라고 불리우는 건물 관리인(경비 개념이라기 보다, 집집마다의 자질구레한 수선이나 관리 일을 합니다.)을 불렀더니 그제서야 그는 주택관리 회사에 연락해 주겠다며 보일러를 오프상태로 놓아주고는 그냥 가더군요. 저녁이라서 그렇게 하루가 또 넘어갔습니다.
고장 여부를 자세히 알려면 그 상태 그대로 놓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안 만지고 있었는데, 그렇게 오프를 하고 나서 계기판 수치를 보니 쓰지도 않은 가스를 꽤나 많이 흘려버렸더군요. 그나마 계기판이 있어 다행입니다. 없었더라면 보일러가 아무리 펑펑거려도 제 성격에 이렇게 빨리, 열심히 어떤 모션을 취하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하우스마이스터가 연락을 취해 주겠다고는 했지만, 일단 다음날 아침이 되자 일찌감치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고장을 알렸습니다. 잠시 후 기술자로부터 연락이 오고, 몇 시간 후에 그가 집에 와서 단 5분 만에 문제를 해결하고 가더군요. 너무도 허탈해서 "이게 답니까?" 물었더니, 그가 웃으며 "네, 끝이예요."합니다. 그의 손이 부럽습니다. 그가 한 번 만지고 나니 보일러가 정상 가동되네요.
이제 남은 것은 비용청구겠지요? 없습니다. 여기에 든 모든 비용은 주택관리 회사를 통해 보험으로 거의 처리가 됩니다. 보험처리가 아닌 경우에도 제가 비용을 지불하는 일은 없습니다. 계약서상에 제 부주의에 의한 고장이 아닌 경우 모두 주인이 지불하는 걸로 되어 있으니까요. 물론 다달이 내는 보험비용이나 주택관리회사에 들어가는 비용까지를 다 감안해서 주인이 월세를 산정했을 것입니다.
독일에서는 누가 기술자를 불렀느냐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출장비에다 수리비가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먹거리는 한국보다 더 싼 편이지만 사람 손이 들어가는 인건비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가끔은 이런 절차를 몰라 몇백유로를 가만히 앉아 손해보는 외국인들도 있습니다. 아무리 보험에 가입이 되어 있어도 급하다고 전화번호부를 뒤져 사람을 부르면 어마어마한 수리비를 본인이 떠안아야 하니까요. 이런 수리비는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부르는 게 값입니다. 그러니 집주인이 거기에 따른 비용을 줄지 안 줄지는 의문입니다. 없을 것 같은 이러한 일들이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고장... 이제는 그만 좀 났으면 좋겠습니다. 사진속에 있는 저 욕실 천정때문에도 공사를 두번이나 했답니다. 말이 두 번이지, 이번과는 달리, 견적낸다고 사람이 한번 오고, 부수는 기술자가 한번, 물길 잡는 기술자가 한번, 그 사람이 물길을 다 잡은 다음에는 또 그 전 사람이 천정벽 바른다고 한번 더 왔습니다. 바로바로 오는 게 아니라 천정을 열어둔 채로 공사는 한참이나 진행되었습니다.
그 이후 또 한번 위층에서 물이 쏟아져 공사를 또 했습니다. 그나마 수도관 이상이 아니라 위층에서 물을 넘치게 한 거라 청소만 하고 처음처럼 오래 걸리지는 않았지만요. 그로부터 얼마 뒤, 큰 공사는 아니라도 욕실이 막혀서 뚫기도 했고, 욕실 스위치가 망가져서 고치기도 했습니다.
이젠 그만 좀 고치고 싶네요. 유독 이 집에 와서 공사를 많이 하게 됩니다. 집이 오래 되어서 그런지...
그나저나 기계를 놀이하듯이 다루시는 분들 보면 참 부럽습니다. 꼭 신의 손 같기만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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