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철교를 지난다. 다른 차들이 없어 운 좋게도 사진을 찍는 여유도 부릴 수 있었다. 금강철교는 백제의 얼이 살아 숨쉬는 충남 공주의 구 시가지로 진입하는 길목이다. 길은 둘로 나뉘어 있지만 사진 상 왼쪽은 사람이 지나는 길이다. 차는 일방통행으로, 공주 신시가지에서 구시가지 방향으로만 지나게 되어 있다. 왼편으로 공산성의 모습을 훑으며 갈 수 있고, 금강 위를 지나는 것이라 양 옆으로 금강의 모습도 얼핏 바라볼 수 있다.
이 도시의 유구한 사연을 알지 못 하는 이들에게는 금강철교의 황량함이 맘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세계적 명물인 에펠탑도 그런 황량함으로 착공 당시 전문가들의 비난을 산 바 있다고 하니, 이런 철골의 조형물이 주는 차가운 느낌이 역사적인 장소와 어울리기란 어쩌면 쉽지 않은 것도 같다.
금강철교는 일제 강점기인 1932년에 착공되었다. 공주시는 조선시대까지 충남 행정의 중심축으로, 충남 감영이 있던 곳이기도 하다. 워낙에 지역민들의 입김이 거셌던 고장이라, 일제가 정책적으로 충남의 중심을 대전으로 이동시키면서, 당시 공주 사람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보상으로 던져준 것이 이 금강철교였다. 이 다리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나룻배를 연결해 배다리를 만들어 금강을 건너 다녔다고 한다. 금강철교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공주시 중동에 있는 충남역사박물관과 공주역사영상관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1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공주역사영상관이다. 2층으로 된, 당시 일본풍으로 지어진 이 빨간 벽돌 건물은 원래 충남금융조합연합회관으로 축조되었으나 잘 보존되어 2014년에 지금의 용도로 재탄생했다.
2층 내부에는 <백제의 옛 도읍 공주와 공주 사람들 이야기>라는 주제로 특별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공주의 옛 모습과 사람들의 일상이 담긴 소중한 사진들을 직접 보고 지금의 공주의 모습과 비교해 볼 수 있다.
금강의 옛 모습 속에 금강철교와 배다리의 모습이 공존해 있다. 금강철교는 1932년 착공해 22개월 만에 완공되었는데, 그 이후에 찍은 1930년대 어느 날의 모습이다. 지금의 눈으로 보면 초라하게 보일 수 있는 금강철교지만, 그때 당시에는 획기적 디자인이었다고 한다. 또 당시의 철교들이 대부분 철도를 위해 지어졌지만 금강철교는 도로교로 지어져 역사적으로도 가치가 있다.
한국전쟁 당시 금강철교의 2/3정도가 파괴되었으나 1956년 지금의 모습으로 복구되었다. 금강철교 공사 모습과 준공 당시 모습, 6·25 전쟁으로 파괴된 모습, 복구 중인 모습이 함께 담겨 있다.
금강철교 위를 지나는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각기 다른 생각을 하며, 다른 길을 향해 나아간다. 이 순간 이 공간에 함께 공존한다는 이유로 오늘 하루 이 길에 선 사람들이 매우 정겹다. 공주역사영상관에도 없는 이 사진이 또 하나의 금강철교를 기록하는 작은 역사가 되는 어느날도 분명 있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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