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영남지방에 다녀오던 길에 우연히 속리산휴게소에 들르게 되었다. 장시간 차에서 시달린 탓에 커피라도 한 잔 하고 가려고 중간에 들른 곳이 이 휴게소였다. 그날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바라본 산줄기는 정말 장관이었다. 속리산이라면 중학교때 수학여행으로 법주사에 들렀다가 인근에서 하룻밤 묵으며 잠시 보던 곳인데, 시간이 많이 지나, 이 각도에서나마 산을 다시 바라보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다. 앞쪽의 완만한 산 뒤, 바위로 된 험준한 산이 속리산이다.
푸르스름한 겨울의 한기가 산에 어리고, 앙상한 나무들이 파르르 떨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산에서 느껴지던 위엄이 지나는 사람을 숙연하게 만들던 날이었다. 옷깃을 여미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빨라지는 추운 날씨에도, 시선만은 저 산자락에 붙들려 떠나지 못 했던 기억이 난다.
오늘 다시 속리산 휴게소을 찾았다. 차에 오르기 전 이미 요기를 했기 때문에 출출해서도 아니었고, 오늘은 커피가 당겨서도 아니었다. 그냥 집에 오는 길목 중간 정도 지점이라 그쯤에서 휴게소를 찾게 된 것이 또 같은 곳이었다.
오늘 본 속리산휴게소의 모습이다. 녹음에 가려 위엄은 좀 사라진 듯 하지만, 산자락이 펼쳐진 곳을 배경으로 사람들이 옹기종기 앉아 있는 모습이 또 다른 풍경을 만든다. 방금 전 내가 자리를 뜬 곳에는 벌써 다른 사람들이 앉아 차를 마시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이 휴게소에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다. 저 산자락에 안겨 살았던 선대의 수많은 사람들까지 상상해보면, 농사를 짓는 사람들부터, 나무를 하는 사람들, 산을 넘는 사람들... 지금 이곳에 무리를 지어 앉은 사람들의 모습까지도 즐거운 상상으로 자리한다. 산이 좋으니 그 아래 모인 사람들마저 스토리가 된다.
이곳이 충북 보은군에 있다고 해서 휴게소 이름마저 '보은휴게소'였더라면, 그래도 이리 사진까지 찍어가며 의미를 두었을까. 휴게소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냥 잠시 머물다가 아무 생각 없이 떠났을 것이다. '속리산휴게소'라는 이름, 참 맘에 든다. 지나던 길손을 당기는 푸근한 주막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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