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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나무를 해친 댓가 5000유로

by 비르케 2009.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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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근의 한 놀이터 숲에 괴이한 일이 일어났다. 나무 몇 그루가 동시에 누군가에 의해 기습을 당한 것이다. 건강하던 단풍나무와 소나무, 그리고 떡갈나무 중 13그루가 대략 일센티미터 깊이로 빙 둘러가며 상처가 나 있다. 

상처는 도끼 또는 톱에 의해 생긴 것으로 추측되는 가운데, 그 깊이가 나무 껍질 안쪽까지 파고 들어가 걱정스러울 정도인 데다, 더 심각한 것은 이들 나무들이 주로 놀이터의 안쪽이 아닌 바깥쪽에 자리하고 있기에, 미관상 그대로 방치해 둘 수가 없다는 것이다. 즉, 이 나무들을 베어 내고, 그 자리에다 새로운 나무들을 심어야만 할 실정이다. 

 



이 사건과 관련해서, 특이한 공고가 났는데, 내용은 이러하다. 
"나무 13 그루를 파괴한, 정체를 알 수 없는 자에게 벌금 5천 유로(한화 약 900만원)를 선고한다." 
이런 공고에 범인이 선뜻 나타날 리는 없지만, 이제껏 없던 사건임을 의식해, 다만 선례를 제시하자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세계에서 조경이 잘 되어 있기로 알려진 나라들 중 하나인 독일에서도, 수목의 관리때문에 나름대로 골머리를 썪고 있다. 

최근 독일신문 '쥐트 도이췌 차이퉁'에 의하면, 독일 수목의 2/3 정도가 건강이 우려되는 실정이라 한다. 말 못하고 움직이지 못 하는 나무들이지만, 살아있는 생명이다 보니, 때로 병에 걸리기도 하고, 죽을 수도 있는 것은 인간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생명을 가진 나무들을, 그것도 13그루 씩이나 결코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준 댓가가 900만원... 이 벌금을 두고, 너무 과하다고 생각하든, 너무 낮다고 생각하든, 그것은 생각하는 이에 따라서도 다를 것이다.

어쨌거나 또 어디선가는 나무를 심고 가꾸는 사람 따로, 그 나무 껍질에 씻지 못 할 지극히 개인적인 낙서를 즐기는 사람 따로, 나무를 둘러싼 그러한 일들이 하루에도 수차례씩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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