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루 또 하루

코마부인과 빨간 볼펜

by 비르케 2009. 4. 11.
300x250

며칠 전 고양의 한 우체국에서, 이 곳 직원의 기지로 전화금융사기 피의자를 체포한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이 직원은 고객으로 온 한 남자가 사기 피의자임을 알아차리고는 다른 직원들을 향해, 이미 약속된 암호인
"빨간 볼펜 사다 주세요!" 라는 말을 외쳐서 경찰이 출동을 하는 동안 유유자적 범인을 붙들고 있었다고 전한다. 
마찬가지로, "그분이 오셨습니다."와 같은 암호로, CCTV등을 통해 얼굴을 익힌 범인을 다른 직원에게 알려,
심각한 금융사고를 미리 막은 몇몇 금융기관들의 사례도 함께 알려지고 있다.

공공기관에서 그들만의 언어로 사고를 미리 막은 사건은 독일에서도 있었다.
피의 수요일이었던 한달 전 3월11일에 있었던 16명의 목숨을 앗아간 빈넨덴의 아목 살인사건 당시에도
교육당국에서 미리 만든 '코마부인이 오셨다!'라는 암호가 살인사건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일부 공헌을
한 바 있다.

'코마 부인'에서의 '코마(Koma)'는 '아목(Amok)의 알파벳을 거꾸로 나열한 것이다. 
당시, 범인인 팀 K.가 나타나자 마자, 교장은 교내방송을 통해, "코마부인이 오셨다!" 라는 암호 방송을 하게 되었고, 이에 다수의 학생과 교직원이 사태를 짐작하고 신속히 대피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교실 문을 걸어 잠그고 바닥에 엎드려 있을 수 있어 피해를 그나마 최소화 할 수 있었다.
                              
이 또한 2002년에 자국내 총기 난사 사건을 겪은 후, 이를 계기로 독일 교육당국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방도를 모색한 결과였다.  

암호로 범인을 검거할 수도 있고, 여러 사람의 목숨을 살릴 수도 있다면, 전 공공기관들이 적절하게 자신들만의
암호를 사용해, 어쩌면 있을 수도 있을 불미스런 일들을 미리 피해봄도 바람직한 일이 될 것 이다. 

암호도 암호지만, 범인을 잡을 수 있도록 여유있는 제스츄어를 취해 준 은행 직원의 기지도 가히 높이 살만하다.
그것은 분명 투철한 직업정신이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