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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잠결에 이상한 소리를 듣곤 한다.
구룩구룩거리는 소리와 함께, 뭔가가 다박다박 거리는 소리...
그 소리의 정체를 모르던 얼마 전까지만 해도, 늘 의아한 마음에 불편한 심기로 잠이 깨곤 했었다.
'드디어 또 잠자가 나타났군.'
오늘은 이렇게 생각하며, 다시 남은 잠을 더 청하려다 문득 카메라를 찾았다.
어느새 눈치를 챈 녀석이 발코니 위쪽으로 훌쩍 날아오른다.
이 녀석이 바로, 앞서 말한 '잠자'이다.
비둘기에게 카프카의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이름을 붙여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소설 <변신>에 등장하는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아침 벌레로 변신한 자신을 발견한다.
그런 그의 모습에 모두가 두려워 하고 부정하는 가운데, 그는 자신의 방에 걸려 있던 그림 속 모피를 두른
여인에게서 동질감과 함께 애정을 느낀다.
이는 곧 외다리 병정이 '한 발로 서 있는 발레리나'를 사모하던 마음과 같은 것이라 할 수 있지만,
비둘기와 외다리 병정은 어울리지도 않을 뿐더러,
현세에 이르러, '평화의 상징'에서 '하늘의 쥐'로 그 위상이 추락해 버린 이 빨간 눈을 가진 짐승에게,
어쩐지 카프카의 철학을 함께 선물해 주고 싶은 마음에 '잠자'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그렇다면 그런 동질감과 애정을 이 '잠자'란 녀석이 어디에 쏟아붓고 있을까..
바로 내 집에 있는 헌 빗자루이다. '잠자'는 그 빗자루를 친구로 아는지, 연인으로 아는지,
심심하면 찾아와 빗자루를 상대로 수작을 부린다.
왜 '수작'이라는 표현을 하느냐 묻는다면...
이 녀석 말고도 나의 발코니를 찾는 비둘기들을 자주 보다 보니,
평상시의 울음소리와 이성을 찾을 때의 울음소리가 다름을 쉽게 알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빗자루는 복도를 쓸어낼 때만 한번씩 사용하고
나서, 둘 데가 마땅치 않아 발코니 한 구석에 놓아둔
것인데, 쓰레받이 위에 얹은 채 두면 늘 이렇게
아침마다 내동댕이가 쳐져 있곤 한다.
첫머리에서 묘사한 '다박다박'거리는 소리는
동물들에게서 나타나는 '구애행동'을
할 때 발에서 나는 소리이다.
발코니용 매트도 깔려 있건만,
잠결에도 불구하고 내게까지 잘 들릴 만큼
'잠자'의 구애행동은 유별나다고 할 수 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짐승인 만큼,
카메라에 담으려는 나의 시도를
번번이 허사로 만들고야 마는 녀석...
그도 그럴것이,
구석에 있는 빗자루를 향한
이 녀석의 구애행동을 담으려면
두꺼운 문을 열고 나가야만 할 판이니,
카메라에 담기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며,
그저 나의 욕심일 뿐이다.
방금까지 온갖 구애행동을 다 했을 터, 그리고 나서 인기척에 놀라 발코니 벽 위로 날아올라서는,
나를 한없이 경계하고 있는 녀석...
에라, 안되겠다... 하는 듯 비상이다. 훨훨~
나를 한없이 경계하고 있는 녀석...
에라, 안되겠다... 하는 듯 비상이다. 훨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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