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면 이야기

나는 밀가루 음식이라면 뭐든 참 좋아하는 사람이다.
다양한 종류의 면에서 부터, 빵이나 만두.. 어느 것 하나 내 입맛을 사로잡지 않는 게 없다. 

독일에 오기 전, 친지 중 한 분이 나를 잡고 신신당부를 했다. 
독일이라고 해서 빵이든 면이든 절대로 밀가루 음식 많이 먹지 말라고 하시면서...
그 분의 따님이 이십대부터 줄곧 독일과 인접한 한 나라에 사시다가 
마흔도 안 된 나이에 위암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나를 보면서도 한숨 비슷한 어투를 흘리며 걱정을 하셨다. 

그 분은 자신의 딸이 죽게 된 것이 밀가루 음식 때문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이제껏 가족 중에 암에 걸렸던 사람도 없거니와, 더군다나 나이가 아직 많지도 않는 딸이 그리 되었으니 
그 죽음을 두고 그 이유에 대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셨을까..
나름대로 밀가루 음식 때문이라고 탓이라도 하고 싶으셨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그러한 그 분의 걱정의 말씀에도 아랑곳 없이, 나는 독일에 와서도 부지런히 밀가루 음식에 탐닉한다. 
그 분의 의견은, 한국인은 서양인에 비해 밀가루를 분해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체질이므로,
주로 밥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지만, 나는 나의 체질이 그 부분에 있어서 만큼은 서양인 못지 않을 것이라
여긴다. 

내 아버지가 내게 바로 그러한 체질을 물려주셨기 때문이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식성을 형제들 중에 나만 유일하게 닮은 듯,
밀가루 음식을 먹고 나서도 밥을 먹어야 먹은 것 같다고 하는 다른 형제들이나 엄마의 말이 
가끔은 허허로이 들릴 때가 있다.   

딸을 별안간에 잃었던 그 친지분의 말에 나는 고개를 까닥거렸으면서도, 
아버지의 딸인 나의 식성이나 체질에 대해 떠올리며 은연중 마음 속으로 저울질을 하다,
마침내 독일에 와서는 아버지의 딸로서의 체질을 믿는 쪽으로 기울어 가고 있다. 

날이 갈수록 내 식단에서의 쌀과 밀의 주식 비율은 비슷해져만 간다. 
아침으로 간단히 토스트나 호밀빵, 또는 해바라기씨빵에 치즈나 버터를 바르고 햄을 끼워서 먹은 다음, 
점심은 면으로 해결하고, 저녁은 아이들을 떠올리며 일부러 된장국에 김치 밥상을 차리기도 한다.

그런 밀가루 음식들 중 나를 가장 즐겁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 면 종류이다.
독일 수퍼의 면 코너에서 즐비하게 늘어선 채, 나를 유혹하는 면의 종류는 많지만, 
그 중 몇 개만 골라 앞으로 시리즈로 올려볼까 한다.
 

예전, 독일 친구들과 함께 살 때,
그들은 수제비 반죽을 만드는 나를
때로 신기하게 바라보곤 했었는데, 
독일에서도 면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친히 반죽을 해 면을 직접 뽑아 요리한다. 

옆에 있는 사진은 벼룩시장에서 본
면 뽑는 기계이다.
오른손으로는 기계의 손잡이를 돌리면서,
왼손으로는 밀려나오는 반죽을 받아낸다. 
이렇게 한 번 받아낸 반죽을 그대로
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다시
기계에 밀어넣었다 받아내기를 두세 차례 더
반복하여 보다 쫄깃한 질감의 면을 만들어 낸다.  

요즘에는 이보다 앙증맞은 사이즈에다, 
손잡이를 돌리면 일정한 간격으로 면이 잘려
나오기까지 하는 간편한 기계도 등장했다.

한 번 지름신이 지피기라도 하는 날이면
손에 면 뽑는 기계를 사들고 노래라도 부르며
집으로 돌아올 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