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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남의 나라 국수이야기<1>

by 비르케 2009.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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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만나는 누들은 그 종류에 있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그 중, 오늘 글로 올려보려고 하는 것은 '펜네(Penne)라는 이름을 가진 누들인데, 이것은 가운데 구멍이 있어 안쪽 깊숙이까지 배어든 소스의 맛을 즐감하기에는 정말이지 딱인 누들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이 누들때문에 소스의 맛이 모두 살아난다 느껴지지는 않고, 주로 치즈와 연관되어 쫀득한 맛을 더해주는 데 일품인 것 같다. 

'펜네'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종류는 수없이 많겠지만, 나는 주로 이 누들을 '고르곤졸라'라는 음식을 만드는 데 사용한다.

'고르곤졸라(Gorgonzola)'는 원래 이탈리아의 지명에서 유래한 치즈의 일종인데, 이 치즈를 이용해 소스를 만든 후, 삶은 누들과 함께 먹는 음식까지를 모두 일컫는 말이 되었다.


독일에서는 시금치를 끓여 만드는 음식이 의외로 많다. 고르곤졸라 요리에도 누들, 치즈와 함께, 시금치가
들어간다. 독일의 시금치는 우리나라 것보다 줄기가 짧고 여려서, 바로 소스에 사용해도 전혀 이물감 없이 
부드럽게 목으로 넘어간다.   

'고르곤졸라'는 나에게 추억의 음식이기도 하다. 
십여년 전 독일에 있을 때, 어느 베지타리언 식당에서 일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 생소하던 요리를 처음 만나게
된 건 바로 거기서였다. 


<일하던 식당이 있던 골목,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식당의 메뉴는 매일 바뀌었고, 베지타리언이면서도 뭔가 고급스런 맛을 원하는 고객들에게, 나는 대,중,소로
분류되는 접시의 규격에 따른 정량의 음식을 덜어 주는 일을 하였다.
때로 메뉴에 있는 달걀 프라이에도 그들은 얼굴을 찡그리며, 빼줄 것을 내게 지시하곤 했다. 
달걀은 베지타리언 식당에서 올릴 음식이 아니라는 것, 그 또한 생명이라는 것이 그들이 자신에게 배정된
음식에서 달걀 프라이를 빼달라는 이유였다.

그런 까탈스런 고객들에게도, '고르곤졸라'는 그들의 얼굴이 한눈에 보기에도 환해질 만큼 늘 환영을 받던
메뉴였다. 냄새도 이상하고, 그저 느끼해 보이기만 하는 그 음식이 왜 그토록 그들을 사로잡는 것인지 알 턱이
없던 나였거늘, 그 식당에서 한동안 일을 하다 보니, 그 치즈향에 나도 모르게 익숙해져 버렸던 모양이다. 
 
Opa ich vermisse Dich - Sleipnir 의 노래 가사에서, 할머니댁을 떠올릴 때면 느껴지는 냄새가, 세월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듯이, 그간 잊지 못 하고 있다가, 독일에 온 이후 끝없이 고르곤졸라의 맛에 열광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큰맘 먹으면 '고르곤졸라' 요리를 맛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레스토랑에서 '펜네' 대신에 '스파게티' 누들을 사용하는 걸로 알고 있다. 
내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고르곤졸라'에는 '펜네'가 최고다. 누들 속에 가득 든 풍부한 치즈의 맛을 느끼기에
'펜네'만한 누들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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