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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동안의 부활절 방학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
따뜻한 날씨 덕분에 밖으로 나가 노는 날이 더 많지만, 집에 있는 시간도 많은 지라,
이것저것 놀 수 있는 것들을 다 동원해 놀곤 한다.
오늘은 판지를 찾아낸 아이들이 둘이서 그걸로 칼을 만들었다.
칼 같지 않아 그런건지, 다 만든 칼에다 무늬까지 넣고 있다.
무사의 검이어야 할 칼이 어쩐지 빵칼이 되어가는 듯 하지만, 이 엄마는 그저 잠자코 사진이나 찍는다.
이들이 원했던 건 무사의 검이었건만,
판지가 모자르다 보니, 검(劍)이 아닌 도(刀)가 되었다.
그럼에도 일단은 검이라고 치고 칼싸움에 열중하는
아이들...
그러다 늘 그렇듯, 동생이 형의 공습에 그만 밀려버렸다.
"잠깐!"을 외치는 동생을 무지막지하게 이겨버린 형 앞에
동생은 그만 울음보를 터트리고 만다.
한참이나 지속된 둘 간의 냉전...
부활절 방학은 왜 이리도 길어서 애들을 심심하게 하는지,
다른 나라들은 일주일만 하기도 하더만..
(초상권이 있대나 어쩐대나... 얼마전 유행하던 어느
개그맨의 멘트를 흉내내며, 초상권을 침해하지 말라는
두 사람의 요청으로 사진이 많이 답답해졌다.)
한참이 지나고, 이 고즈넉한 분위기를 더는 참을 수 없음인지, 작은애가 내게 종이 한 장을 내민다.
한국에 있을 때 '귀혼'을 좋아해 귀혼 색칠놀이를 사줬었는데, 이미 다 칠해서 더 이상 칠할 그림이 없다며
퉁명스레 내게 '귀혼'의 주인공을 그려 달라고 한다.
휴~ 이 엄마더러 어쩌라고... 만화는 한 번도 그려본 적이 없는데...
삐쳐 있는 아이를 위해 일단 자세를 가다듬고, 쓱쓱~
"이렇게 그리면 되?"...
어째 대답이 없이 잠잠하다 했더니, 녀석은 그새 눈을 감은 채 깊이 사색 중이다.
한 시간 이상은 족히 걸릴, 일명, 꿈나라 구경...
장자는 백주에 꿈 속에서 나비가 되었다는데,
녀석은 지금쯤 귀혼의 주인공이 되어, 멋지고 긴 검을 차고 악당을 물리치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관련글: 장자/ 호접몽과 무용지용(無用之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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