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알람으로 맞춰둔 라디오에서 주잔네 클라텐(Susanne Klatten)의 뉴스가 흘러 나왔습니다.
올해 47세인 그녀는 베엠베(BMW) 상속녀이자 100억 달러대의 자산을 소유한 독일 최고의 부자로, 미국의 경제 주간지 포브스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세계 여성 부호 중 4위에 올라있는 여성입니다. 또한 매니저인 남편과의 사이에 세 자녀를 두고 있는 어머니이기도 합니다. 그런 그녀가 아침 뉴스에 등장한 이유는 어느 제비와의 질긴 악연때문입니다.
2007년 여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서 그녀는 헬크 스가르비(Helg Sgarbi/ 44)라는 남성과 처음 만나 사랑을 나누게 됩니다. 누구보다 가정적이고 수줍음이 많은 성격인 그녀였지만, 이미 여러번 여성들을 울린 경험이 있는, 6개 국어를 구사하는 이 부드러운 이탈리아계 스위스인 제비에게는 속수무책으로 그만 마음을 주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주잔네의 마음을 사로잡은 스가르비는, 어느 날 운전을 하다가 아이를 치어 합의금이 필요하다며 그녀에게 도움을 청하게 되고, 이를 딱하게 생각한 그녀는 당시 그에게 700만 유로(약 130억원)를 선뜻 내어주지만, 그것을 시작으로 그는 새로운 요구를 하기에 이릅니다. 그녀와의 밀회 장면을 담은 비디오 테잎을 언론에 공개하겠다며 그녀에게 수천만 유로의 거액을 내놓으라 협박을 한 것입니다.
주잔네 클라텐(위)과 헬크 스가르비(아래) >>>
결국 주잔네는 남편과 상의한 끝에 그를 신고하게 되고, 지난 3월 스가르비가 체포되어 수감되면서 이 사건은 결국 마침표를 찍는가 싶었지만, 이번에는 모방범죄가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번 용의자들은 스가르비와의 밀회 장면이 담긴 비디오 테잎을 자신들이 가지고 있다며, 이를 공개하지 않는 댓가로 80만 유로(약 14억원)와 BMW X5 SUV차량 한대를 요구하다 경찰에 의해 체포되었는데요, 정작 이들은 문제의 비디오 테잎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이미 올해 3월에도 한 차례 이런 비슷한 협박에 시달려, 당시 7만 5천 유로(약 1억 3천만원)를 요구하던 범인이 검거된 바 있는데, 또 한번 비슷한 사건이 발생을 한 것입니다. 결국 이들 모두는 철창신세가 되었습니다.
여자를 몇 번이나 울린 제비, 스가르비의 재판 모습을 언론을 통해 접한 적이 있었는데, 어쩌면 그리도 여유있는 미소를 짓는지, 제비도 타고나나 봅니다. 이 남자에게 당한 여성들은 그를 원망하면서도 한결같이 그에 대해 부드러운 남성이었다고 떠올리는데요... 이 세상 남자들이 자기 애인과 아내에게 저런 부드러움을 줄 수 있다면 아마도 제비에게 농락 당하는 일도 없을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보자면 남자도 자신의 여자에게 바라는 건 마찬가지일 것 같고.. 그렇네요.
언젠가 제비에게 당했다는 여성들이 모자이크 화면으로 텔레비전에 나온 걸 본 적이 있는데, 그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 사랑이 거짓인 줄 알면서도 황홀했다고 합니다. 또한 자신이 미인이 아닌 줄 스스로 잘 알면서도, '아름답다'는 그 한 마디에 너무도 행복하다고도 합니다. 꼭 마약처럼, 제비와의 사랑 또한 악인줄 알면서도 빠져드는 것인가 봅니다. 모두가 다 마약에 쉽게 빠지지는 않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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