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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현관문에 걸려 있던 깻잎 봉지, 누가 다녀간 것일까?

by 비르케 2009. 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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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목요일, 외출에서 돌아오니 현관문에 비닐봉지가 하나가 걸려 있었습니다.
안을 들여다 보니 깻잎이 한가득 들어 있더군요. 과연 누가 깻잎을 두고 간 것인지..
아직까지도 그 주인공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깻잎을 보며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는 J양이었습니다. 
J양은 이곳 대학에서 공부하는 학생으로, 집에서 손수 깻잎을 기르고 있습니다. 독일에는 깻잎이 없으니 한국에서 씨를 공수받아 기르는 것는데, 생각보다 잘 자란다고 합니다.  

지난번 J양이 자신의 어머님이 보내주셨다며 묵은깻잎을 꽤나 주고 가서, 한참 동안 깻잎 반찬에 밥을 맛있게 먹었는데, 몇주 전 연락을 해서는, 깻잎 한 뿌리 줄테니 길러보라고 하더군요. 아직 싱글이라 할 일도 많고 공부때문에 바쁜 친구인데다, 저는 저대로 또 바쁘다보니 언제 만날지 늘 기약이 없습니다.

현관에 있던 깻잎 봉지를 발견한 그날부터 J양에게 전화를 여러번 걸었지만 도무지 연락이 닿지를 않아 깻잎을 두고 간 이가 J양인지 아닌지 아직까지 알 수가 없습니다.

       쌈으로 두 끼를 먹고 남은 깻잎.. 사진으로는 적어 보이지만 결코 적은 분량은 아닙니다.

그 다음으로 생각나는 사람은 근방에 사는 또 다른 한국인입니다. 그분이 작년에 지나가듯 말씀하시길, 올해 깻잎이 자라면 깻잎을 주겠노라 했는데, 공교롭게도 일이 생겨 더 이상은 얼굴을 볼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가까운 분은 아닌지라 그 분이 말 한 마디 없이 제 집을 방문하셨을 리도 없구요.

다른 집의 물건이 잘못 왔을 리도 없겠지요. 깻잎은 한국사람이나 먹는 음식이니까요.
누가 두고 간 것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그 날 마침 집에 상추랑 참치 등이 있어서 두 끼를 쌈으로 해결하고, 그러고도 많이 남아서 나머지는 반찬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 슈퍼에 갔더니, 태국산 고추가 눈에 띄지 뭡니까. 독일에서는 파프리카 종이나 좀 있을까, 나
       머지 고추들은 대개가 수입입니다. 너무 비싸서 수시로 담는 김치에도 마늘과 파만 넣었지, 고
       추는 한번도 넣어본 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특별히 사봤습니다. 다섯개밖에 안 담았는데, 1유로
       (1,800원 전후)가 넘어가더군요. 썰어보니 우리 고추랑 달리 육질이 너무 두툼하고 매운 맛도
       거의 없습니다. 다음에는 차라리 좀더 비싸더라도 칠리를 한번 사볼까 생각중입니다.  
      

사먹기만 했지 깻잎으로 반찬을 만들어 본 건 처음인데, 그런대로 맛이 좋습니다.
 
독일에서 이 귀한 깻잎, 더군다나 생깻잎을 먹을 수 있다니, 정말 감동입니다.

썰어 넣은 양파랑 편마늘, 거기에 붉은 고추 보이시나요? 위 사진 속 그 고추랍니다. ^^  

깻잎 반찬을 만들어 놓고 보니, 배추김치 반 포기 딱 들어가는 반찬통에 가득 차더군요. 옆의 사진은 한번 식사 분량만 덜어 촬영한 것입니다. 
    
J양이 깻잎 한 뿌리(?)를 준다고 할 때, 과연 내가 잘 기를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는데, 갑자기 어서 길러보고 싶어집니다. 그나저나 J양과 연락이 닿아야 물어나 볼텐데, 바쁜 J양... 아마도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인지, 방학이라서 여행을 간 것인지... 저랑 띠동갑인 예쁜 동생 J양이 언젠가 깻잎 나무(?) 하나 손에 들고 오는 모습이 눈 앞에 그려집니다. 

"J양, 올 테면 빨리 와라, 이 언니도 깻잎 좀 길러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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