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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선생님 덕분에 떠나게 된 3주 간의 여름캠프

by 비르케 2009.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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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요즘에는 방학마다 캠프가 많아졌지요? 그 중에는 3주, 4주짜리 장기 캠프들도 있구요. 

이번 주말 큰애는 난생 처음으로 3주간이나 가족과 떨어져, 북해에 있는 어느 섬으로 캠프를 떠납니다.

아직 독일말도 서툰 녀석이
독일애들 말고 외국인이라고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환경속으로 들어가는 거라, 아마도 거기서 눈물콧물 꽤나 쏟다 올 것만 같은데... 어디까지나 그건 엄마인 저의 생각일 테구요... 
 
이번 캠프 이야기가 나왔을 때, 큰애가 신청서를 내밀며 하던 말이 생각납니다.
"엄마, 이거 3주 동안 여행가는 건데요, 가고 싶은 사람 써서 내래요.  
애들이 얼마냐고 물어봤는데, 800유로라고 해서 모두 깜짝 놀랐어요."


큰애는 그 날, 당연히 자기는 못 갈 처지임을 확인하듯이, 이렇게 묻기도 했었습니다. 
"엄마, 안 보내 줄거죠?"

자세히 보니, 21박 22일의 캠프비용 795유로 뿐 아니라, 별도로 소풍비와 용돈(쓰고 남는 경우 돌려줍니다)까지 합하면  900유로 가까이 되고, 거기다 여행에 필요한 물건들을 이것 저것 사다보면, 1000유로(180만원)는 족히 들 것 같은 어마어마한 비용입니다. 

안 보내 줄거냐고 물어오는 아이의 말에
조금 미안하긴 했지만, 보내준다는 말은 결코 나오지 않더군요.

그랬던 캠프를 이제와 보내게 된 데는 두 분 선생님들의 많은 도움이 있었습니다.     

        캠프 안내책자 안의 여행경비 설명 ▶


한달여 전, 아이들 학교에 볼일이 있어 갔다가, 작은애 담임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때 선생님께서 그
말씀을 하시더군요. 큰애를 캠프에 보내는 게 어떻겠냐구요. 작은애 선생님은 작년에 큰애를 가르치셨던 분이라, 큰애에 대해서도 잘 알고 계시는 분입니다.

큰애, 작은애 관련해서 그간 몇 번의 면담을 통해 선생님은 제 사정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라는 걸 알고 계시는 상황이라, 대체 무슨 생각이신지 궁금했지요. 선생님께서는 큰애가 독일어를 배울 좋은 기회라고 하시며, 선뜻 절차를 도와주겠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래도 설마설마했는데, 며칠 뒤 전화를 거셔서는, 학교 안에 복지를 담당하시는 선생님과 연계를 해 주셨습니다.

통장 사본까지 제출해가며, 수많은 서류들을 떼서 복사하고 사인하고..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과연 될까 의아하기만 했는데, 결국 정말로 50유로(9만원)만 내고 큰애를 이번 캠프에 보내게 되었습니다.
몇 가지 감면사유가 있는데, 운이 좋아 통과가 되었던 것입니다. 저로서는 가히 상상도 못 했을 일을 선생님께서, 그것도 작년 담임이셨던 분이 일부러 챙겨주셨으니, 정말 뭐라 감사를 해야 할지... 또 복지담당 선생님도 어찌나 친절하시던지, 저와 캠프주관 회사 사이에서 이런저런 복잡한 일들 다리 놓아 주시고, 서류 작성도 도와주시고.. 여러모로 감동이었습니다. 
 

  ▲ 캠프장 조망/ 위치와 건물에 대한 설명과 함께, 해수욕, 탁구, 주말마다 댄스파티, 연극 관람,
     배 여행(덴마크나 헬골란트) 등등 프로그램 소개가 있구요, 상쾌한 공기와 맛있는 음식에 관한
     이야기도 있네요. 큰애가 마구 부러워지려고 합니다. 

이렇게 해서 떠나게 된 3주 간의 캠프... 기쁨과 설레임 말고도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을 법 한데, 어차피 세상은 혼자 헤쳐나가는 것임을 이번 기회에 큰애도 잘 배우고 오겠지요? 다만 무탈하게 돌아오기만을 바라며, 두 분 선생님이 주신 이 소중한 기회가 큰애의 인생에 가장 아름다운 순간 중 하나로 기억되기만을 간절히 바래봅니다.
 
이건 여담인데요, 모든 게 서류에서 서류로 끝나는 독일이라, 이번 캠프에도 많은 서류들이 들어갔는데, 의사가 떼어주는 서류만 해도 두 가지더군요. 처음 검진을 받은 서류는 신청시에 이미 냈구요, 여행 떠나기 일주일 전후 한번 더 의사를 방문해 작성해야 할 서류가 있었습니다. '아이의 전반적인 상태가 여행에 무리가 없다'는 진단과 함께, '머릿니'가 있나 점검해서 사인을 받는 것이었어요.

의사가 이상이 없다는 사인을 해 주어야 비로소 이 여행이 가능해 집니다. 머릿니가 있을 경우, 캠프는 철저하게 거부된다고 하네요. 이미 지불한 비용은 환불조치 되는 거구요. 우리나라에서도 얼마전부터 머릿니가 도심 아이들 머리에서까지 발견되고 있는데, 독일도 사정은 마찬가지랍니다. 일년에 두세 차례 공문을 받았으니까요. ^^ 
 

이제 남은 거라곤 정말로 짐 싸는 일 뿐이군요. 큰애가 여행을 떠나는 토요일 아침까지 저도 할 일이 많겠지만, 설레임 반 불안 반일 큰애도 가끔 한번씩은 돌아봐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엄마 떨어져 3주간 여행 떠날 녀석이 한편으로 많이 짠하고 또 한편으로는 든든한 느낌도 드는 순간입니다. 부모자식도 때로 떨어져 보아야 그 소중함을 더 가슴 깊이 느끼게 되는 것이겠지요. 큰애 뿐 아니라, 제게도 잠시 아픔의 시간이 될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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