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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캠프 다녀온 아들에게서 여름바다 이야기를 듣다..

by 비르케 2009.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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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 예정 시각보다 두시간 반을 넘겨서야 버스에서 내린 아들녀석, 어두운 시각에도 눈에 띌 만큼 검게 그을린 모습으로 달려와 안기던 아들은 이내 시선을 돌려 버스에 남은 친구들을 향해 손을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북해의 쥘트섬을 출발한 버스는 몇 명의 아이들을 이 도시에 떨궈주고, 다시 아우크스부르크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버스에 남아있던 아이들은 남자애 여자애 할것 없이 제 아들의 이름을 목청껏 외치며 작별인사를 하느라 여념이 없더군요. 손을 흔드는 아이들의 눈에 아쉬움이 가득 묻어났습니다. 덩달아 손을 흔들던 아들녀석도 이내 눈이 촉촉해 지는 게, 애써 뭔가를 참는 듯 보였습니다. 

순간 느꼈습니다. 이 나이 만큼을 살아오면서도 내가 느껴보지 못한 어떤 값진 걸 아마도 내 아이가 느끼고 돌아왔을 거라는 느낌... 3주나 되는 친구들과의 여행이란 이적지 제 인생에는 있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어마어마한 시간의 가르침과 소중한 기억들을 뒤로 하고, 다시 똑같이 반복되어지는 지루한 일상으로 이끌어 가려니, 문득 아들에게 집은 과연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 작게 긴장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작별을 하고, 밤 늦은 시각이라 한 시간에 한 대 있는 버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길을 서두는 경황없는 와중에 아들에게 한 마디 던져 주었습니다. 
"너 독일 체질인가 봐. 한국에서는 인기도 없더니, 오늘 보니 인기 짱이네!"
녀석은 그저 쑥스러운듯 아무 말도 없이 빙그레 웃기만 하였습니다.  

늦은 밤, 집에 돌아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눠 보았습니다. 
"어때? 이제까지 다녀온 데랑은 많이 달랐지?"
"네, 중국 다녀올 때보다 더 재미있었어요."
(5살 무렵에 친척 따라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그때 기억이 즐거웠던지 두고두고 이야기 하더니만..)

"친구들은 괜찮았어? 힘들게 한 애는 없었구?"

"다 좋아요. 처음에는 껄렁껄렁해 보여서 걱정했는데, 나중에 보니 다들 좋은 애들이었어요."

"싸운 애들은 없었어?"

"왜 싸워요, 다 좋은 애들인데.. 너무 떠들어서 잠을 못 잤지만요."

"밥은 어떻게 나오던?"

"아침, 저녁은 늘 빵이었구요, 점심은 주로 스테이크였어요. 정말 맛있었어요. 또 먹고 싶다..."

"덴마크는 배 타고 간 거야?"
"네, 리스트(쥘트섬의 한 지역)에서 배 타고 몇 분 밖에 안 걸려요."

"어때, 독일이랑 비슷해?"
"아뇨, 완전히 달라요. 경치도 다르고..."

"말은 해 봤어?"
"거기 사람들도 다 독일어 쓰던데요."

"독일인들이 많이 오가니까 독일어를 쓰는 사람들도 많겠지. 덴마크는 독일어권은 아니야."
"그렇구나... 근데, 이런 말 해도 되나, 좀 이상하게 생겼어요."

"어떻게?"
"얼굴이 좀... (적당한 표현을 못 찾겠는지)몰라요."

"바닷가 사람들이라 그랬을 거야. 햇볕에 얼굴이 많이 타서... 3주 다녀온 너도 이런데... 까맣고 살 껍질 다 벗겨지고..."
"제가 그렇게 까매요?"

"몰랐어? 썬크림은 바른 거니?"
"아뇨, 다들 안 바르길래 저도 안 발랐어요."

준비물 목록에 썬크림이 필수항목으로 적혀 있어서 특별히 좋은 걸로 사서 넣어주었는데, 그대로 가져왔더군요. 귀찮아 안 바를 것 같아 일부러 뿌리는 타잎으로 넣어줬는데, 그것도 귀찮았던지...
까맣다기 보다, 완전히 얼룩덜룩이가 되어 온 아들, 발만 보면 완전 인도쪽 사람인 것만 같은... 3주간 바다에 있다 온 저 모습이 예전 모습을 되찾으려면 아마도 한참은 걸릴 것 같습니다.

- 공개만 하려던 글이었는데, 분류를 누르니 발행이 되어버렸습니다. 하던 일 오래 쉬면 안 된다니깐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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