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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여행 떠난 아이 & 집에 남은 아이.. 생각 많은 엄마..

by 비르케 2009.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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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애 캠프 보내고 처음 포스팅이네요. 가족 중 한 사람이 빠지니 생각보다도 많이 허전하군요.
이런 허전함은 아마도 시간이 갈수록 더해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여행 간 첫날은
살다가 처음으로 자식 걱정에 늦은 시각까지 애를 태우기도 했습니다.
아침 열시 가까운 시각에 버스를 타고 떠났는데, 하루 온종일 도착전화 한 통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밤 아홉시경 도착지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보았더니, 그적지 "가는 중"이라고 하더군요. 

원래는 여덟시간 쯤 걸린다고 했었는데, 휴가철이라 길이 난리도 아닌 건 독일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열한시가 넘어 다시 전화를 거니, 늦은 저녁을 먹고 다들 취침했다고 하네요. 걱정 말라고...
그럴줄
모르고 빵 한 조각만 싸서 보냈으니, 온종일 얼마나 배가 고팠을까 가슴이 아팠습니다. 
 









물 잘 주라고 큰애가
  동생에게 당부해둔 화분,
  알고 보면 잡초라서 분갈
  이도 안 하고 있는데, 학
  교에서 기르던 거라고

  애지중지 하네요. 


큰애의 이번 여행으로 인해 맘 속으로 "빵점짜리 엄마!" 란 자책도 참 여러번 했습니다.

떠나던 날 아침, 다들 카메라로, 캠코더로 여행 떠나기 전 모습을 담느라 여념이 없는 가운데, '꼭 챙겨야지!' 하던 카메라를 왜 챙겨 나가지 못했던 건지... 이런 모습 담을 기회가 일생에 몇 번이나 있다고... 

게다가, 짐은 25킬로그램을 넘으면 안된다는 규정을 꼭 지킨 건, 이 빵점짜리 엄마 혼자 뿐이더군요. 독일은 여행시에 침구까지 다 가지고 다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번에도 침구만 두 벌(베개커버, 매트리스커버,이불커버 * 2)인데, 안 들어가니 그것도 한 벌 밖에는 넣지 못했습니다. 더 큰 트렁크도 집에 있건만, 25킬로 규정때문에 작은 트렁크에다 꾹꾹 눌러 담으라 애 먹었죠. 사람 사는 곳인데, 비행기도 아니고, 그런 규정이 제대로 지켜질 거라 생각을 한 저만 바보였습니다. 돌아올 때 큰애도 이 엄마가 했듯이, 작은 가방에 짐을 꾹꾹 눌러 잘 싸야 할 텐데 말입니다. (ㅜㅜ)
 
여행 전날, 짐 싸느라 바쁜 와중에도 먹고 싶다던 장조림 한 끼 해서 든든하게 먹였으니, 그나마 그게 다행이군요.

"이렇게 맛있는 우리 엄마 요리, 21일 동
안 못 먹어서 어쩌지?"

하던 큰애에게, 가면 맛있는 거 더 많을 거라고
말해 주었는데, 음식이나 입에 맞을 지 모르겠
습니다. 입맛이 까탈스런 아이는 아닌 것 같은
데, 집에서 와는 많이 다르겠지요. 
 

그렇게 큰애가 여행을 가버리고 나서, 엄마인 저보다 더 허전해 하는 건 작은애입니다.
예상은 했지만, 또 그럴까 봐 미리부터 여러번 말해 놓았는데도, 조금은 침울한 모습입니다.
하루 온종일 함께 붙어다니고, 싸우던 형제라서, 형이 빠지고 나니 많이 쓸쓸해 보이네요.
가끔 제게 이렇게 묻곤 합니다. 

"엄마, 저 뭐 해야 해요?"

형이 있었으면 물을 필요도 없는 말인데, 생각보다 큰애가 동생에게 해주던 일들이 참 많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럴 때를 대비해 미리 장난감을 사 두었는데, 처음에만 얼굴에 희열이 가득하더니, 이틀만에 '질렸다'고 합니다. 형이 개발한 다양한 놀이에 비하면 확실히 시시하긴 합니다. 집에 있는 물건들 찾아내서 변신도 하고, 칼싸움도 하고, 침대에서 이른바 '생쇼'도 하곤 하던 형제인데, 그 중 한 명이 없으니 많이 허전할 건 당연하겠지요.

그래서 당분간 포스팅을 쉬기로 결정했습니다.

여러분과의 소통이 언제나 큰 즐거움이지만, 엄마까지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으면 제 강아지(?)가 더 허전할 것 같아서요. 아마 큰애가 돌아온 다음에나 편히 제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더운 여름 건강히 보내시고, 휴가도 잘 다녀오시길 바랍니다.
행복한 8월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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