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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보..

말 잘 듣는 독일 개들, 주인 역할도 크다.

by 비르케 2009.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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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목줄 때문에 시비가 붙어, 결국 당사자도 아닌 엉뚱한 사람 한 명이 사망한 사건이 어제 있었습니다. 시비가 어떻게 불 붙었길래 그런 사고까지 발전하게 되었는지는 자세히 알 수 없지만, 개를 데리고 외출시 목줄을 꼭 매야 하는 것은 개의 오물을 치우는 일과 함께 한국에서도 이미 개를 기르는 사람의 당연한 의무가 되어 있는 줄로 압니다. 

독일에서도 개를 데리고 외출시 목줄은 필수입니다. 거기에, 맹견들은 입마개까지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주인에게는 충성심 강한 착한 개일지라도 타인에게는 때로 공포의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독일은 가옥 구조상 애완견의 배변이 실내에서는 어렵기 때문에, 개를 기르는 사람들은 이를 위해 일정한 시각에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산책로에는 애완견을 위한 특별한 시설물도 눈에 띕니다. 이곳에 비치된 비닐 봉지를 꺼내서 산책시에 가지고 다니다가 개의 오물을 치우게 하기 위해 마련된 시설입니다. 그 옆에는 위반할 경우 처벌을 받게 된다는 경고도 함께 붙어 있습니다.

때로 개의 목줄을 풀어준 채로 자유로이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구역도 있지만, 이 경우에도 사고가 나면 주인에게 책임이 돌아가므로, 멀리서 사람이 다가오는 것이 보이면 바로 개의 목줄을 다시 매주거나 "우리 개는 안 물어요!"라는 말로 상대방의 경계심을 풀어주기도 합니다.  

반대로, 개를 좋아한다고 해서 남의 개를 함부로 만지는 경우도 있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다 물리게 되면 만진 사람의 책임이 커지게 될 테니까요. 개로 인해 사고가 나지 않게 개 주인이 개를 단속하는 일도, 남의 개를 만지고 싶은 경우 미리 주인에게 물어서 허락을 받는 일도 모두가 중요한 일입니다.

개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이 한국보다 훨씬 많은 독일이지만, 때로 개가 들어가서는 안 될 곳에서는 예외없이 그 규정이 지켜지는 곳도 또 이곳입니다.

사람이 개를 묶어둔 채로 일을 보러 들어가고 나면, 기다리는 개는 그것이 당연하다는 양 너무도 얌전히 앉아 있곤 합니다. 그 모습이 볼수록 참 신기하고, 대체 어떻게 훈련을 받는 것인지 참으로 궁금하기만 합니다. 
어쩌다 깨갱거리며 우는 개들도, 주인이 얼른 가게의 유리문에 얼굴을 대고 엄마가 아이를 달래듯이, "잠깐만 기다려!, 금방 갈게!" 라고 한 마디 해주면, 얼른 다시 바닥에 앉아서 기다리는 자세로 돌아가곤 합니다.

                      가게 앞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개, 대부분의 상점에서 개의 출입이 통제된다.

때로 주변에서 개가 너무도 예쁜 나머지 등에 업고 다니시는 분들을 봅니다. 독일에서도 유모차에 개를 태우고 다니시는 분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라도 절제되지 않은 사랑은 결코 좋아 보일 수 없습니다. 연인간이건, 자식에게건, 애완동물을 향해서건, 절제가 들어가지 않은 사랑은 다른 사람의 눈에 가끔 어이없는 행동으로만 보일 뿐입니다.

또한 모든 사랑에는 책임이 동반됩니다. 어제의 사건을 돌이켜 보아도, 개의 목줄을 풀어주는 순간, 타인에게 들을 비난의 말까지를 각오해야 함이 옳을 듯 합니다. '개에 대한 사랑' 이전에,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와의 약속을 먼저 떠올려야 할 것입니다. 타인의 개가 자신의 집 앞에 오물을 남기고 간다거나 자신에게 덤벼드는 일은 아무리 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참아내기 힘든 일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물며 개를 싫어하는 사람도 세상에는 많습니다. 그 귀여운 모습과 재롱을 마다하는 그들은, 알레르기부터 시작해 개와 관련된 안 좋은 기억들까지, 개를 좋아할래야 좋아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이유들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참으로 견디기 힘든 것이, 개를 안고 시식코너를 기웃거리는 등의 행동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어제 뉴스와 같은 분쟁의 소지들은 생각보다 비일비재 합니다.
 
'개를 기르게 해 달라' 언젠가부터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의 등쌀에, 저도 곧 강아지를 기르게 될 것 같기는 한데, 그 전에 강아지 길들이는 방법도 많이 알아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독일에서 보게 되는 개들처럼 말 잘 듣는 개로 기르려면 어떻게 길러야 하는지, 사람 가르치기도 힘들지만 개 길들이기도 참으로 쉬운 일만은 아닐 것 같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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