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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보..

여덟개나 되는 유로화의 동전, 거꾸로 셈하는 게 더 편할까?

by 비르케 2009.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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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다 동전의 가짓수가 딱 두배 많은 유로화, 그 때문에 종종 이런 광경을 보게 됩니다.

"알아서 가져가세요!"
물건을 산 사람이 지갑에서 잔돈을 한 움큼 꺼낸 다음, 계산하는 분을 향해 내밀며 하는 말입니다. 
그런 경우는 대부분 나이 드신 분들로, 점원은 별 말 없이 동전을 세어 가져갑니다.


유로화의 동전 중 가장 큰 것은 2유로입니다. 그 아래로 1유로, 50센트, 20센트,10센트, 5센트, 2센트, 1센트까지, 총 여덟개의 동전이 있습니다. 센트는 유로의 1/100 단위의 화폐로, 요즘 환율이 여전히 들쭉날쭉하지만, 1유로가 1800원이라 가정할 때, 1센트는 우리돈으로 18원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독일 물가가 한국보다 비싸고, 공중전화 한 통을 이용하려 하더라도 기본 10센트짜리가 아니고선 들어가는 대로 가볍게 뱉어버리니, 요즘 한국에서도 말 많은 10원짜리 동전만도 못한 처량한 신세라 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10원 짜리를 없애지 못 하는 이유와 마찬가지로, 유로화의 1센트 짜리도 시중 물가 상승 제어책으로, 없애고 싶어도 없앨 수가 없는 애물단지입니다. 애물단지라고 하는 이유 중 하나는 크기가 너무 작기 때문도 있습니다. 최근에 한국에서도 10원짜리 동전의 크기를 줄였습니다. 어떠신가요?

1센트는 그보다도 더 작습니다. 지갑 끝이 살짝 벌어져 있으면 어느새 없어지기도 하고, 그와는 반대로 때로는 길바닥에서 잠자고 있는 1센트를 발견하는 날도 있습니다. 계산대에서 바닥에 떨어지는 1센트 소리는 어렵지 않게 듣게 되곤 합니다.  

"1센트 짜리 없으세요?" 
계산대에서 자주 듣는 소리입니다. 가끔은 1센트 짜리가 이렇게 귀한 몸이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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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는 그렇다 치고, 1센트 단위를 유지하자니, 2센트도 필요하고, 5센트짜리도 필요한가 봅니다. 덕분에 계산대에서 속산이 안 되는 사람들은 때로 머뭇머뭇 바보가 되기 십상입니다. 그러나 속으로 답답해 할 지언정 계산이 느린 사람을 탓하는 사람은 이곳에서 아무도 없으니, 그것이 또 다행이라면 다행이고, '느림의 미학'이란 말을 문득 떠올리게 되기도 합니다.    

유로화 동전의 재미 중 하나, 동전에 새겨진 그림들이 동전마다 각기 다르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1유로 동전이어도 도안이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가지 입니다. 독수리 도안이 예전 독일의 마르크화와 같은 걸 보면, 아마도 유로화로 통일이 되기 전에 사용하던 EU 회원국들의 화폐 도안 중 몇 개가 그대로 옮겨진 게 아닌가 사료됩니다. 


동전들은 각각 2유로/1유로, 50센트/20센트/10센트, 5센트/2센트/1센트끼리 언뜻 보면 비슷해 보여도, 크기가 서로 다르다거나 측면 모양에 변화를 주어 구분을 돕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동전 하나하나마다 디자인이 각양각색인데다, 단위가 서로 다른 동전마저 도안이 서로 겹치는 등 헷갈리는 일이 잦습니다. 그러다 보니 동전부터 먼저 해치우듯 계산해 버리는 이들의 오래된 계산법이 이곳에서는 더 편리해 보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물건을 사고 12,340원을 계산해야 하는 경우, 20,000원을 내면 바로 7,660원을 거슬러 주지만, 독일 사람이 이를 계산한다면 먼저 340원부터 계산을 해서 수의 부담을 줄여줍니다. 거슬러 주어야 할 돈에서 660원(1,000원- 340원=660원) 동전을 먼저 내줘서 계산할 돈을 13,000원으로 만든 후, 지폐인 나머지 7,000원을 내주는 식입니다. 한국과 비교해 볼때, 셈을 거꾸로 하는 셈입니다. 제게는 이들의 계산법이 한참을 더 헷갈리는데, 이들에게는 이 방법이 더 나은가 봅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동전의 수가 많은 만큼 잠시 신경을 끄고 있다 보면 잔돈이 한 움큼이 되어 버리기 일쑤이니, 동전지갑의 동전은 얼른얼른 비워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행객의 경우는 더 그렇겠지요. 동전을 일부러 다 모으고 싶다면야 모를까, 2유로는 3천원이 넘어가는 액수이니, 너무 많이 모여지다 보면 무게도 무게거니와, 여행비도 더 들어갈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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