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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보..

타국에서 먹는 김치, 왜 더 맛있을까?

by 비르케 2009.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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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배추김치를 썩 좋아하던 사람은 아닙니다. 대신 갓김치나 깍두기를 자주 담아서 먹곤 했지요.
그런데, 독일에서는 김치가 떨어지기도 전에 미리 담아놓곤 합니다.
이상하게 김치가 떨어지면 기운이 없습니다.
왜 그런지 독일에서는 이렇게 김치를 부지런히 담게 되니, 이유를 나름대로 분석해 보았습니다. 


이유 1. 외국이라 반찬을 사먹는 일이 없으니, 김치는 기본으로 있어줘야 얼른 밥 차리기가 쉽다. 
이유 2. 아이들이 간혹 밥이 아닌 다른 걸 먹고 싶어 하고(피자, 스파게티, 케이크) 나는 밥이
            좋을 때, 
애들 먹을 걸 얼른 만들어 주고, 물 말아 새콤한 김치의 맛에 빠질 수 있다.
이유 3. 김치 하나면 김치찌개도 끓이고, 입이 심심할 때 김치 부침개, 김치 볶음밥 등, 아이들이
             열광하는 음식을 
금새 만들 수 있다. 


독일에서 담는 김치는?
독일에서도 배추는 팝니다. 여기서는 '히나콜(Chinakohl)'이라 부르지요. 배추와 함께, 무도 함께 삽니다. 배추는 우리 배추와 거의 다르지 않는데, 무는 우리나라 무보다 좀더 물컹거리는 것 같아요.


한번 담을 때 보통 배추 3포기 + 무 1개를 삽니다. 배추는 저렴한 상점에서 대개 Kg당 1유로(1800원) 정도 하는데, 포기가 큰 편은 아니라 3포기여도 거의 3유로 전후 정도 되더군요.

실파는 정말 싸게 팔 때가 간혹 있어서(주로 주말), 그럴 때마다 사서 씻은 후 잘라서 냉동실에 잠재워두고, 마늘은 곧죽어도 바이오 상품으로 삽니다. 앞서 말한 독일의 저렴한 상점(리들과 알디)에서 파는 마늘은 다 중국산이라 심이 엄청 두껍고(조금 지나면 싹 파내고 먹어야 해요), 덩치만 컸지 속에 든 알들이 균일하지 않아서 까다 보면 성질 다 버리고, 맛도 없는지라, 마늘은 팍팍 넣는 제 스타일에는 안 맞기 때문입니다.

마늘 냄새요? 비빔국수 먹을 때 다져 넣는 경우 아니고선 거의 신경 안 써도 될 것 같아요. 비빔국수 먹기 전에는 외출할 일이 있지 않나 생각해 보고 메뉴를 정하지요. 식구대로 '진한 마늘냄새'로 독일인들 기절시킬 일 하고 싶지 않으니까요. (그러고보니 또 "한국인임을 스스로 부끄럽게 여기는군요!" 하는 댓글 달릴까 무섭네요. 그거 절대로 아니걸랑요. ㅜㅜ) 아참, 마늘, 바이오 상품이라고 비싼 거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행여 독일에 계시는 분이라면, '레알'에 가면 'Bio'라고 적힌 알이 조그마한 마늘 팔아요.) 제가 주로 사는 건 스페인산인데, 토종 한국 마늘처럼 알 크기가 균일해서 중국산보다 까기도 더 편합니다. 비쩍 마른 중국산보다 수분도 많구요.

다시 돌아와, 독일에도 천일염은 있지만 비싼 편이라, 주로 한인 상회에서 파는 걸로 사서 절여요. 될 수 있는 한 브리타에 거른 물로 절이고, 씻을 때도 마지막 물은 브리타 물로... 물이 안 좋다 보니 은근히 신경 더 씁니다. 김치는 거의 모든 분들이 저보다 더 잘 담으실 테니 담는 과정은 넘어갑니다. ^^

보너스
~
김치 담는 데 사용하고 남은 무는 김밥용 단무지를 만듭니다. 이건 저도 어느 사이트에서 배워서 만들기 시작했는데요, 나날이 맛이 발전하는 중입니다. ^^

우선, 무를 김 길이 정도로 자릅니다. 그리고 세로로 길게 썰어줍니다. 통째로 익히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배운 대로(?) 저도 이런 모양으로 잘라서 담곤 합니다. 소금, 설탕, 식초로 만드는데, 찾아보시면 방법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단무지에 식품첨가물이 엄청 들어간다고 하지요. 이렇게 만들어서 김밥을 만들면 처음에는 더 맛이 없다고 하는데, 날이 갈수록 가게에서 파는 노란 단무지 맛은 잊어가더라구요. 




김밥 사진도 올려볼게요.
여러 재료를 넣은 것 처럼 보일지 몰라도 
자세히 보면 네가지 재료입니다.
가끔은 아보카도도 넣어줘요.
어떤날?
아보카도 세일하는 날요.
아보카도가 건강에 좋다고 하잖아요. ^^ 





김치 담는데 쓰려고 산 무,
김치 담고 남은 걸로 단무지 만들려고 보니
지난번 단무지가 아직도...
그럴 땐 깍두기를 담습니다. 
이곳 무는 익을 수록 질겅거려서 많이는 안 담습니다.

애들은 대부분 무 씹히는 질감을 좋아하더라구요.
예전에는 애들 작은 입 생각해서 작게만 만들었는데,
크게 담아보니 오히려 포크에 찍어서 베어 먹는 게
더 좋은가 봅니다. 



김치 담은 날은 푹~ 쉬어야 해요. 주방에 서서 있는 시간이 장난이 아니니까요.
앉아서 하면 좋으련만, 제 집 주방은 앉기도 옹삭해서요. ^^  
그래도 하루 노동으로 3주간은 김치 걱정 안 하고 사니, 김치 담는 날이 가장 피곤하고 또 뿌듯한 날이 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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