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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보..

공항에서 누군가 부탁하는 짐, 받아줘야 할까?

by 비르케 2009.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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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시 공항에서 누군가가 짐을 맡긴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또는, 외국에 있으며 알고 지내던 이가 사정 이야기를 하며 자신의 짐을 국내 가족에게 전해달라는 부탁을 한다면 어찌하시나요? 전자의 경우에는 거절이 쉽겠지만, 후자의 경우는 외국에 나와 있는 많은 사람들이 조금은 불편하지만 거절하기 힘들어 하는 경우입니다. 더러는 전자의 경우도 거절하지 못 하실  분이 분명 있으실 것도 같구요.

얼마 전 아는 동생이 방학을 기해 한국에 들어갔습니다. 가기 전에 잠깐 대화를 하면서 요즘 항공요금은 얼마나 되는지 묻다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작년에 그 친구가 인터넷으로 국내 모 항공사 한국어 사이트에 접속을 해서 예약을 했었는데, 이후 조금 황당한 일을 겪어서, 이번에는 그냥 독일 사이트에서 예약을 했다고 합니다.

그 황당한 일이라는 건, 예약을 하고 나서 나이 지긋한 어느 한국분에게서 전화를 받게 된 일인데요, 생전 알지도 못 하는 분이 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전화를 걸어서는 짐 하나를 부탁하더랍니다. 무거운 짐도 아니고, 그저 편지 봉투에 든 물건이라 말했다고 합니다.
그런 부탁을 받은 친구는 주저없이 한마디로 거절을 했다고 합니다. 안그래도 부모님께서 공항에서 누구 짐을 대신 들어주는 일은 절대 하지 말라고 당부해 놓은 적이 있어서 그랬다고 하더군요.

상대는 오히려 성을 내며 부탁을 들어주지 않은 친구를 타박하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는데요, 정보 유출인지 어찌된 일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렇게 모르는 사람에게서 짐을 부탁하는 전화가 오면 당황스럽지 않겠습니까. 제 생각에도 부탁을 거절한 것은 잘 한 일인 것 같았습니다. 부칠 수 있는 물건이라면 편지지만한 물건인데 왜 부탁을 하겠습니까, 대부분 부칠 수 없는 품목들을 부탁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부칠 수 없는 물건이라고 꼭 못된 물건이라 단정할 수만는 없겠지만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저 또한 거절로 인해 공항에서 마음 상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주 오래 전 이야기지만, 당시 한국 들어가는 길에 와인을 몇 병 가지고 가다가 '주류는 한 병까지'라는 말에 걱정이 되서, 짐을 찾으며 우연히 몇 마디 나누게 된 이에게 한 병만 부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 같아선 당연히 안 될 일이라 생각하지만, 그때는 비행기란 걸 두번째로 타던 세상 물정 모르던 때라서 별 생각없이 부탁을 하게 되었던 것이었지요. 
    
제게 부탁을 받은 상대는 그 자리에서 바로 매몰차게 거절을 해 버리더군요. 얼마나 매몰차던지 자존심까지 상할 지경이라, 더이상 그 누군가에게 부탁을 할 엄두도 안 나고 해서, 마음을 바꾸어 '다른 비싼 술도 아니고, 그저 몇 푼 안 되는 와인에 먹이는 세금이 비싸 봤자 얼마나 비싸려구..' 하면서 유유히 걸어나왔습니다. 화장도 하지 않고, 더군다나 단발머리(예전 독일 유학생들은 당시의 독일 분위기 따라 거의가 그런 모습이었죠. 돈 들일 필요없는 헤어스타일..) 찰랑이며 걸어나오는 저를 잡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애초에 이랬으면 될걸, 괜히 부탁은 해가지고 기분만 상했네. 하지만 아무리 그렇기로서니 그렇게 모질게 잘라 말할건 또 뭐람! 참 세상 각박하네.' 그게 그때의 제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것이 아닌 물건을 공항 밖까지 들어다 주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 아시는 분들이 많으시리라 생각이 됩니다. 저 또한 나중에 알게 되었지요. 

그제 싱가폴에서는 마약을 소지하고 있던 한인 3명이 싱가폴 공항에서 체포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지난 28일 싱가폴에 들어가 네팔인들에게서 헤로인을 넘겨 받아 호주로 밀반출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싱가폴의 경우 마약 범죄자는 사형까지 구형하고 있는 상황이라 사태는 더욱 심각해 보입니다. 아직까지 이들은 마약을 단순히 운반만 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문제는 이 '단순 운반'이라는 것도 외국에서는 그다지 정당성이 고려되지 않는 사안이라는 것입니다. 비슷한 류의 사건은 이미 2004년에도 있었습니다.

당시
한 평범한 한국 가정주부가 지인에게서 여행가방을 프랑스까지 옮겨달라는 부탁을 받고 프랑스에 입국하려다 체포된 사건이 그것인데요,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십년이나 알고 지내던 사람이 수고비까지 챙겨준다는데, 맘이 동하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영문도 모른 채 그저 보석 원석인 줄로만 알고 남미에서 가방을 들고 프랑스에 입국하다 걸린 그 여인의 가방에는 당시 코카인이 들어 있었다고 합니다. 그녀의 이야기는 방송을 통해 널리 알려졌고, 그 억울한 사연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가슴아파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실제로, 한국의 마약청정국 이미지로 인해 한국발 여행자에 대해서는 목적지 세관에서 검사가 심하지 않은 점을 악용해, 마약 범죄자들이 마약경로의 중간 세탁지점으로 한국을 택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사건들이 국내에서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는 효도관광을 다녀오던 노인들에게까지 접근해 수고비를 주며 가방을 공항밖까지 들어다 주게 한 사건도 있었구요. 이런 비슷한 사례들은 앞으로도 속출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합니다.  

공항에서 짐을 부탁하는 사람이 모두 못된 맘으로 그러는 것은 아니겠지만, 외국에서 자신의 가방에 가져온 물건은 자신이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설령 누군가의 심부름일지라도 자신의 가방에 든 물건은 자신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아무리 지인이라고 한들 선심쓰듯 거금까지 줘가며 부탁하는 물건은 분명히 의심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지인도 그렇거늘, 모르는 누군가가 부탁하는 짐은 당연히 더 의심해 보아야 할 테구요. 

'모르고 그랬는데 어찌 해결되겠지.', '외국인데 우리나라 정부에서 뒷짐만 지고 있지는 않겠지.' 하실 분이 있으실지 모르겠지만, 외국에서 이런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 정부는 결코 큰 힘이 되어주지 못 합니다. 특히 마약 운반의 경우는 그 어떤 것보다 심각한 사안임을 꼭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에도 사형 위기에 처한 한인 3명을 위해 외교통상부와 경찰청이 나선다고 하는데요, 어느 정도의 힘을 발휘할지 눈여겨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부디 좋은 방향으로 사건이 일단락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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