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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백색 소음에 빠지다

by 비르케 2018.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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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이라 비가 오락가락한다. 비를 좋아해도 장마의 이런 눅눅함까지 좋아할 수는 없지그래도 여전히 비 내리는 소리만큼은 좋다. 빗소리에 세상 수많은 소음이 묻히고, 톡톡 물방울이 튕기는 소리, 졸졸 물 떨어지는 소리에 마음마저 가라앉아 평온해진다.

 

아파트 안방 베란다 한쪽에는 우수관이 있다. 빗물이 흘러 배출되는 통로다. 비가 많이 내릴 때면 빗물이 우수관을 따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아파트 고층에 살다 보니 비 오는 날 집에서 빗소리를 가장 잘 들을 수 있는 곳이 그 옆이다. 베란다로 통하는 문을 열어두고 누우면 나도 모르게 잠이 금세 소르르 온다. 거기다 베란다 난간에 빗물이 부딪쳐 내는 경쾌한 소리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백색 소음(White Noise)은 이런 걸 말한다. 넓은 음폭을 갖고 있어서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소리다. 비 소리, 바람 소리, 냇물이 흐르는 소리, 나뭇잎이 사각거리는 소리, 조심스런 발걸음 소리 등, 백색 소음은 생활 속에 다양하게 존재한다. 이러한 백색 소음은 의외로 지친 현대인의 취향과 통했다. 그 결과 마음의 치유와 편안한 수면 위해 이런 소리들이 음원으로 결합해 하나의 상품이 되었다. 그것이 바로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이다.

 

유튜브에는 수많은 ASMR이 올라온다. 화면 속에서 몇 시간 동안 바스락바스락, 똑딱똑딱 소리를 연출하는 유튜버들 중에는 10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가진 이도 있으니 그 인기를 가히 짐작할 만하다. 소리는 국가를 한정짓는 것도 아니라서 외국에서의 유입도 많다.

 

 

잠을 자는 동안 머리맡에 핸드폰은 계속 바스락바스락, 똑딱똑딱, 또각또각 속살거린다. 비가 되어 내리고, 누군가 사뿐사뿐 지나가고, 토닥토닥 재워주고, 가려운 귀를 살살 파주기도 한다.

 

 

어떤 영상엔 일정 시간이 지나 이렇게 화면까지 소등하는 친절함마저 들어 있다. 열 시간 가량 지속되는 영상이다 보니 이처럼 소등까지 해주면 정말 편안한 잠을 잘 수 있다. 

 

영상을 통해 소리를 만나는 세상, 백색 소음은 이제 의지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대상이 되어간다. 힘든 일이 지속될 때, 잠시 다 내려놓고 힐링을 위해 백색 소음에 젖어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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