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시나리오는 신한금융그룹 자회사인 신한은행 IPS본부 부부장으로 재직하며 투자 솔루션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오건영 저자의 세 번째 책이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과 우리나라 경제상황을 살펴보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전망하며 미래 경제 해법에 관한 고찰을 담고 있다.
부의 시나리오 - 오건영
목차만 보아도 그가 얼마나 친절한 사람인지를 알 수 있다. 이 책은 <부의 대이동>, <앞으로 3년 경제전쟁의 미래>에 이은 오건영 저자의 세 번째 책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 이해하기 쉽도록 금리, 환율, 채권에 관한 기본 설명을 담고 있다. 이미 아는 사람도 따분하지 않게 짧은 분량으로 핵심만 담아 쉽게 설명한다.
최근 자주 듣게 되는 용어, 블랙스완과 회색 코뿔소에 관한 설명도 아주 쉽다. 블랙스완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를, 회색 코뿔소는 모두가 알지만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일이기에 애써 외면하고 있는 부채의 위기를 의미한다.
신간이기 때문에 책의 내용은 현재의 글로벌 경제 상황과 우리나라의 금리 부분만 요약해 보려 한다. 나머지 부분, 미래의 대안과 네 가지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직접 책을 통해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현재의 글로벌 경제 상황
작년(2020년) 초 갑작스레 나타난 블랙스완에 미 중앙은행(FED)은 장기국채를 매입해 무제한 양적완화를 도모하고 금융위기 때도 없었던 회사채 매입으로 질적완화마저 시도했다. 또한 통화스와프를 통해 달러가 부족한 이머징 국가들에 달러 공급에도 앞장섰다.
FED의 돈 풀기는 시간이 흐른 다음 어떤 부작용으로 나타날지 알 수가 없다. 풀려도 너무 많이 풀렸는데 아직도 그만두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금리를 0%까지 떨어뜨리며 경기부양을 해오고 있지만 그 이상 마이너스까지 금리를 떨어뜨리기에는 많은 부담이 따른다. 이미 일본이나 유럽의 마이너스 금리의 부작용을 보았기 때문이다.
일 년 이상 이어진 무제한 돈 풀기 결과는, BTD(Buy the dip: 떨어지면 사라), FOMO(Fear of missing out: 소외되지 마라_참여하지 않았다가 혼자만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는 두려움), TINA(There is no alternative: 대안은 (부동산이나 주식밖에) 없다), K-Recovery(K자 회복: 실물경기 침체와 금융시장 과열)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금리 상황
현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이다. 여기서 더 내려달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지만, 금리를 더 내리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다음과 같은 부작용 때문이다.
금리가 내려가면 반대로 채권의 가치가 뛰고 월세를 받는 자산들의 인기는 올라간다. 임대인의 입장에서는 월세를 선호하게 되므로 결국 임차인의 주거비용이 올라가고 전세도 귀해지는 결과를 낳는다. 또 어차피 망하게 될 경쟁력 없는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미뤄지면서 건강한 기업의 성장에도 걸림돌이 되고, 이는 결국 실물경제에 디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계속된 저금리는 부채 급증을 초래하기도 한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이머징 국가들의 경우 자본유출을 겪게 된다는 점이다.
결국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자본 유출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금리를 다시 올릴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과 달리 애초에 금리를 내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실효하한까지 금리를 낮추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장기국채를 매입해 돈을 풀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양적완화라기보다 국고채 단순매입 형태이기 때문에 미국과 같은 양적완화로 보기는 힘들고, 경우에 따라 '준양적완화', 또는 '한국판 양적완화'란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사실 이 부분은 완전히 이해가 안 됐는데, 아마도 이런 개념과 연관되지 않을까 싶다. 미국의 달러는 무제한 풀어도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가지만 우리나라 돈은 우리나라 안에서만 쓰는 로컬 화폐이기 때문에 기준금리에 맞춰 화폐를 흡수할 때 미국과는 다른 형태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완벽한 의미의 양적완화와는 구분된다는, 그런 설명이지 않나 싶다.
오건영 저자가 제시하는 코로나19 이후의 부의 시나리오는 네 가지다. 이 부분이 이 책의 핵심인 셈이다. 각각 고성장 고물가, 저성장 고물가, 고성장 저물가, 저성장 저물가 시대가 각각 언제였으며, 그때 좋았던 투자 영역은 무엇이었는지를 짚어준다. 그리고 저자가 보는 지금은 어떤 단계인지, 네 가지 시나리오에 대한 대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관해 기술하고 있다.
오건영 저자의 경우, 유튜브 경제 채널에 자주 출연하고 있어서 경제 관련 이야기들을 그의 입을 통해 자주 접할 수 있다. 자신의 말을 전달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이해하고 있는지를 고려하며 말하는 평상시 그의 모습만큼이나 이 책에 들어가 있는 그림들도 예사롭지 않다. 책 커버에 있는 그림들이 다 책 내용에서도 볼 수 있는 그림들이다. 예를 들어, 커버에 등장하는 스파이더맨 관련 이야기는 이런 식이다.
누군가 뛰어내릴 때 스파이더맨이 날아와 뛰어내리는 사람을 구한다. 또 다른 누군가가 뛰어내릴 때 스파이더맨이 또 나타나 그를 구한다. 그런 식으로 계속 떨어지는 사람을 스파이더맨이 받아주다보면 어느 날엔가는 스파이더맨이 받아주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마저 생겨난다. 학습효과다. 주식이 떨어질 때마다 FED가 스파이더맨처럼 금융시장의 구원자 역할을 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이렇게 적절하게 빗대 표현하고 있다. 이해가 잘 되는 착한 경제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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