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인사동 나들이에 나섰다. 내 기억 속의 인사동과 조금은 다른, 평일 오후 한적한 인사동이다. 한때는 예술 좀 한다는 사람들의 아지트였고, 언젠가부터는 전통의 거리가 되었다가 전염병 사태 이후 그 많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기를 인사동은 내내 기다리는 중이다. 세월이 세월을 덮고, 추억이 추억 위로 쌓인다.
인사동 나들이
한 십 년 만에 인사동을 방문하는 것 같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오고 그동안 오래 못 본 사이, 거리는 또 변해 있다. 예술의 거리였을 때도 이 길에 있었고, 다양한 언어의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메울 때도 이 길에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전염병으로 어느 때보다 한산한 이 길에 섰다.
여심을 사로잡는 유기와 나무 식기구, 도자기들이다. 놋쇠 티스푼과 포크를 집었다 내려놓고, 다시 종지 몇 개 사려다가 또 그냥 내려놓았다. 유독 좋아하다 보니 집에도 이미 많이 있다. 자꾸만 보게 되는 게, 엄마와 동생까지 함께 나와서다. 여자 셋이 만났으니 자꾸 이런 상점 앞에 서게 된다.
외국인들에게 인기 있을 것 같은 알록달록한 색동 제품들도 나와 있다. 조각 천을 덧대서 만들어낸 작품들이 단정하게 놓인 채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엄마에게 사드리려고 했더니 엄마도 이런 게 많다고 하신다. 생각해 보니 반지 맞출 때마다 집에 이런 게 굴러다녔던 게 떠오른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됐다고 하는 빵집 태극당이다. 그 오래된 본점은 장충동에 있고 여기는 인사점이다. 어쩐지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에서 보던 빵집이 떠오른다. 이 앞을 지나다니면서도 들어가 보진 못 했다.
이 골목 안쪽에 그 당시 자주 가던 식당이 몇 군데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나만 간다. 간지가 하도 오래돼서 식당 이름들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친구들과, 동생과, 또 그림 그리는 지인과 여러 번 갔었다. 정말 좁은 골목인데 오랜만에 보니 더 좁게 느껴진다. 엄마가 다른 곳을 원하셔서 이번에는 이 골목에 들어가지 않았다.
이 도로 왼편에 경인미술관이 있어 자주 갔었는데 경인미술관도 다음을 기약한다. 성미 급하신 엄마는 이미 앞서서 어느 가게에 들어가 계신다. 나중에 알았지만 내 생일날 못 준 생일선물을 찾고 있는 중이셨다 한다.
문득 내 곁을 스치는 분의 스타일이 맘에 든다. 어느샌가 이런 취향으로 바뀌어가고 있는데, 아직까지 한 번도 시도해 본 적은 없다. 전원풍의 내추럴한 원피스를 따라 자꾸만 눈이 간다.
길에서 만난 강아지, 눈이 이렇게나 예쁘다.
하도 예뻐서 주인께 허락 받고 사진 한 장 찍었다.
안국역 나가는 길 어딘가에 시인 기형도가 자주 찾았다던 카페가 있었다. 아니, 기형도뿐 아니라 당시 예술가들이 자주 찾던 카페이기도 하다. 그런데 오랜만에 이 길에 서니 어디쯤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때 사진 한 장이라도 남겼더라면 좋았을 걸 그랬다.
늦은 오후에 접어드니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이다. 이런 시기에 이 길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상점들에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든다. 이제 그만 마스크도 벗고 예전의 그 즐거운 시간들로 어서 돌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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