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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보..

일본 기사에서 보는 간병 비극

by 비르케 2021.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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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K에 접속했다가 액세스 랭킹 1위에 있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단란해 보이는 가족사진과 함께, "소년은 9세부터 간병을 시작했다'라는 제목이 붙은 기사다. '幼き介護의 현실' 이라는 부제도 있지만, 幼き介護라니.. 뭐라 바꿀 단어도 없고, 어린애가 감당해야 하는 간병의 현실이란 말 자체가 슬프게만 다가온다.

일본 기사에서 보는 간병 비극

NHK 액세스 랭킹 1위의 사연, 간병 비극

사진 속 아이, 카즈야 씨는 이제 42세의 어른이 되어 있다. 그의 아버지는 그가 세 살 무렵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어머니가 가족의 생계를 도맡았다. 카즈야 씨는 아홉 살 어린 시절부터 어른들 대신 할머니의 간병을 맡았다. 그러다가 고교를 졸업하고 얼마 뒤에 어머니까지 쓰러졌다. 할머니가 사망하고 어머니까지 곁을 떠났을 때 그의 나이는 38세였다. 

 

믹서 음식을 먹는 카즈야 씨

카즈야 씨는 빵과 야채주스 등을 믹서에 갈아 만든 음식을 먹는다. 어머니가 음식을 제대로 삼키지 못하게 된 6년 전부터 어머니와 함께 이렇게 먹기 시작했다. 음식을 따로 챙겨 먹을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오랜 기간 믹서 음식을 먹다 보니 이제 일반 식사는 할 수 없게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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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졸업식 날의 카즈야 씨

그런 카즈야씨에게도 진심 즐거웠던 날이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점에서 6년간 아르바이트를 할 때였다. 6년이라 해도 일주일에 2회, 하루 3시간 정도가 전부였다. 할머니를 도울 도우미와 간호사가 방문하는 잠깐의 시간 동안 그는 주변 서점에서 일을 했다. 책을 다루는 일이 좋았고, 책과 관련된 대화들이 행복했다고 한다. 그러나 6년만에 어머니까지 병석에 누우면서 그 일을 접어야만 했다. 

 

남들같은 행복을 꿈꾸는 카즈야 씨

어머니가 죽고, 그의 30년 간병생활도 끝이 났다. 그에게는 친구도, 일도, 가정도, 무엇보다도 사회적으로 형성된 '관계'도 없다. 가족의 간병에 보내버린 30년만큼 더 행복할 권리가 있는 그. 간병의 그늘에서 벗어난 지 몇 년이 지난 지금, 그의 모습은 여전히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그가 말하는 '남들 같은 행복'은 그저 멀기만 한 이야기일까.

 

이 기사는 좀 뜻밖이었다. 고령화 사회를 우리보다 더 일찍 맞은 일본이라, 간병 같은 문제는 우리보다 잘 대처하고 있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국가가 그런 일들을 100%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부터가 모순이다. 그래도 그렇지, 가족을 위해 한 사람이 자신의 일생을 걸어야 될 정도의 간병이라니...죽음만큼이나 잔인하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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