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애의 고교 졸업식이다.
올해 졸업식은 학교에 갈 필요가 없다.
ZOOM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며칠 전 졸업장과 졸업앨범이 택배로 왔다.
그리고 졸업을 위한 ZOOM URL이 공개되었다.
코로나 19로 인해 작년에 비대면 수업으로 전향되면서, 많은 학교들이 학교와 학생 간 소통 방책으로 사용하고 있는 '학교종이'라는 어플을 통해서다.
인원수 때문에 ZOOM 주소마저 둘로 나뉘어 있다.
1~3반까지 하나의 방, 4~6반까지 또 다른 방으로 분류되어 졸업을 한다.
빨간색 두꺼운 글씨로, 학생들은 해당 ZOOM 주소를 통해 10시부터 20분간 접속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졸업식인 만큼 단정한 복장을 부탁한다고도 되어 있다.
아무런 예고 없이 찾아온 이번 전염병 사태로, 학교는 이미 통제력이 많이 느슨해진 상태다.
어느 학교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잖아도 수능이 끝난 아이들을 통제하기 힘든 마당에, ZOOM을 통한 졸업식은 또 어떤 모습일까.
작년에 졸업식이란 것도 못 하고 우왕좌왕하다가 지나가버린 한 기수 위 선배 아이들보다는 그래도 다행이라 위안해야 할까.
작년 졸업한 아이들은 고교 졸업식도 대학 입학식도 건너뛰고, 바로 3월에 대학 비대면 수업으로 들어갔다.
친구를 사귈 기회나 있었을지.. 생각할수록 안쓰럽다.
ZOOM 어플을 깔아보았다.
학교종이에 있는 URL을 누르면 바로 연결 프로그램이 뜬다.
ZOOM을 선택하고 입장하면, 회의 암호와 이름을 넣으라고 되어 있다.
"회의" 라니...
졸업식이거늘...
사상 초유의 이 전염병 사태가 가져온 그로테스크한 풍경이다.
나는 차마 ZOOM으로 졸업식 하는 아들을 보지 못 할 것 같다.
그래도 수능 마치고 이 좋은 시기에 집에 갇혀만 있는, 내 아들을 비롯한 수많은 고교 졸업생들의 마음에 비할까.
일 년에 한 번, 최대 매출을 올리던 수많은 꽃장사들의 상처투성이 마음에 비할까.
그저 새롭게 출발하는 아이들의 건투를 빌어본다.
그리고 이 불행한 사태가 어서어서 지나가고 예전의 일상을 되찾아가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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