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타임이 시작되는 날이다.
새벽 잠자리에 들기 전에 컴퓨터 하단의 시간을 보고서 생각보다도 시간이 오래됐네 하다가 서머타임을 떠올렸었다.
한여름을 제외하고는 볕이 나는 날이 많지 않은 유럽에서 햇빛(볕)은 돈이나 다름없다.
그나마 해가 있는 시간만 잘 활용해도 개인적인 생산활동뿐 아니라, 지역의, 나아가 나라의 경제에 득이 될 것이다.
독일에서는 크리스마스 연휴 등, 사람들이 공공장소를 이용하는 비중이 낮아지는 시기에 일부 건물의 임시 폐쇄를 공고한다.
여기서 '일부 건물'이란 대학도서관 같은, 그 시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용을 하지 않을 것 같은 그런 건물을 의미한다.
'임시 폐쇄' 조항 설명에 예외 없이 들어가는 문구, '이 기간 동안 에너지를 절약하고,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한 마디로, 몇 명만을 위해 건물 전체에 난방을 하고 청소 등의 용역을 맡기기는 아까우니 나중에 이용해 달라는 말이다.
즉, 소수의 사람만을 위한 개방은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의미다.
이런 조치들에 이미 익숙해져 있는 독일 사람들은, 서머타임에도 거의 이의를 달지 않는다.
이미 오랫동안 시행되어 온 관행이기에 젖어 사는 것도 이유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88올림픽을 앞둔 시점에 서머타임을 시행했다가 이내 철폐를 한 바 있다.
그로부터 이십여년 동안 서머타임 없이 살다가 언제부턴가 다시 서머타임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유럽과 같이 일광이 부족한 곳에서는 햇빛(볕)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나라처럼 해가 자주 들고 동절기와 하절기 일출과 일몰 시간의 차이가 크지 않은 나라에서 굳이 서머타임이 필요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관행상 일찍 시작된 하루는 결코 한 시간을 보장하지 않을 것만 같다.
그렇게 되면 잃어버린 한 시간은 누가 책임을 질 수 있을까.
'햇빛을 돈으로!'
며칠 전 아침 6시의 알람용으로 맞추어 둔 라디오에서 DJ가 이렇게 말했다.
"이제 6시도 이렇게 환하군요. 일어날만하지요? 그런데 어떡하나요, 곧 서머타임이 옵니다. 이런.."
이제부터는 그전으로 치자면 5시에 일어나야 할 판이다.
'이런...'
일광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섬머타임은 오늘을 기점으로 10월 하순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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