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특별한 김장을 했습니다. 주말농장에 심었던 배추와 무를 친척들과 함께 수확해 김치를 담갔어요. 직접 심고 물 주고 거름 주고.. 더운 여름을 견뎌낸 배추와 무들이 튼실하게 자라 맛있는 김치가 되었네요. 여럿이 함께 하니 김장도 어렵지 않아요.
직접 심은 배추와 무로 담근 김장, 친척들과 함께 하니
배추와 무, 홍갓이 자랄 대로 자랐습니다. 미뤄왔던 김장을 본격적으로 해야 하는데 엄두가 안 나던 참에, 친척들과 통화를 하다가 함께 하기로 했어요. 다들 도시에서 사시는 분들이라 농사일이라니 기꺼이 해보고 싶은 눈치셨어요.
무 좀 보세요. 사진상 크기가 가늠이 안 되지만 엄청 튼실하고 묵직합니다. 섬유질도 많지 않아 육질도 매끄럽고요, 수분도 많고 아주 달아요. 어릴 적 엄마가 부엌칼로 깎아주시던 무 맛, 딱 그 맛입니다.
배추 겉잎이 노랗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배추의 품종이 황금배추예요. 모종 심던 날, 베타 뭐라 부르는 모종(심지가 노랗다는 배추)을 사려고 했는데, 다 나가서 이거라도 심자 하고 심었답니다.
올해 여름 아시잖아요. 엄청 더워서 배추 모종들이 죽어나간 바람에 모종이 아주 귀했어요.
60여 포기 심었는데, 일부는 뿌리가 물러져 죽고 일부는 뽑아서 겉절이를 해 먹었기도 했네요. 남은 게 40여 포기되나 봅니다.
저는 숙모들이랑 친해요. 삼촌들도 좋지만, 숙모들이 이번에도 김치 담는 법 제대로 가르쳐주셨습니다. 수확하던 날도 정말 많이 애쓰셨어요.
그래도 제가 상대적으로 힘이 좋으니(?) 배추 뽑아서 눕혀 놓고, 무 뽑아서 눕혀놓고, 홍갓 뽑아서 눕혀놓고... 그리고는 이렇게 한량처럼 사진 찍고 있는 중입니다. 눕혀둔 작물들은 엄마랑 숙모들, 살림고수님들이 알아서 처리해 주셨어요.
살림고수님들의 작품이세요. 도시생활 하시는 분들이지만 시골에서 나고 자란 분들이라서 아주 능숙하게 배춧잎을 땅에 덮어주셨습니다. 다음번에 주말농장을 할지 안 할지는 몰라도, 이렇게 해놔야 쓰레기도 덜 생기고 땅에 거름도 되니까요.
가져온 배추를 소금에 절여 숨을 죽인 다음 여러 번 씻어서 건졌습니다. 집에서 절이면 힘은 들지만 확실히 안심이 됩니다. 여럿이서 하는 일이라 서로 도와가면서 하니 일이 척척. 김장 그까짓 거네요. ㅎㅎ
드디어 김장을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다시마, 표고버섯을 끓인 물에 찹쌀을 넣고 찹쌀죽을 쒔어요. 죽은 식혀 놓고 마늘도 갈고 무채도 썰고, 청각도 다졌습니다.
물에 불린 청각을 칼로 살살 다지고 있으니 보다못해, "나와봐!" 하시면서 편찮으시다던 엄마가 우악스럽게 청각을 다지시네요. 울 엄마지만 무섭네요.
숙모들이 정성스럽게 무채에다 고춧가루와 까나리액젓을 넣고 물을 들이는 중입니다. 무 절반 정도는 채로 썰고, 나머지 절반은 마늘, 생강, 배, 양파(물러지지만 조금은 넣으신다고) 갈 때 함께 갈아도 좋다고 하시네요. 이날 김치는 무를 모두 채 썰었어요.
갈아둔 양념에다 홍갓이랑 쪽파 넣고, 대파도 흰부분만 잘라 4뿌리 정도 넣었어요.
엄마가 김장때 쓰신다고 새우젓이랑 생새우를 많이 사두셨더라고요. 새우젓도 많이 넣었습니다. 엄마는 남쪽분이라 멸치젓을 좋아하는데 이번에는 멸치젓은 조금만 넣었습니다.
양념을 하고 2시간 정도 숙성시키면 좋다고 해요. 막내숙모의 비법이십니다.
김치는 여러 사람의 비법을 실험해 보고 자신에게 맞는 걸 택하면 되는 거니까 숙모들 말씀 하나하나 메모도 했답니다. ㅎㅎ
드디어 양념도 숙성이 되고 배추 투입할 시간이네요. 김장매트로 하니 살짝 접어둘 수도 있고 편하더군요.
이제 저도 사진찍기 그만하고 배추 버무려야 해서 이후 사진은 없습니다. 배추 버무리는 사진까지 찍고 있었으면 한소리 들었을 거예요.
사진을 깜박해 냉장고를 열어 김치를 찍어봅니다. 그세 물이 많이 나왔네요. 살림고수분들의 손맛이 배인 김치니까 맛이 없을 리 없겠죠.
올해 김장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그러고보니 돼지고기 삶아 보쌈도 해 먹었는데, 저만 채식주의라 기억에 없었네요.
생굴에다 김치도 좋았어요. 역시나 어느 때보다 맛있는 굴이었습니다. 함께 하니 참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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