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아이들, 서기와 유노는 둘 다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대학생인 서기도 고교 때부터 기숙사 생활이라 일찌감치 집을 떠나 있고, 고등학생 작은애 유노도 기숙사에 있다. 아이들을 품 안에서 일찍 떼어놓는 일을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모진 엄마인지 가끔은 새롭게 시작되는 내 삶이 반갑기까지 하다.
물론 아이들이 그립다. 오랜만에 한 번씩 다녀가는 아이들을 붙잡고 처음에는 어떻게 지내는지, 집이 그립지는 않았는지 종일 이야기 나누고 싶었던 적도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나니 아이들도 집에 와서 쉬고 싶어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애들에게는 '집'이라는 곳과 엄마라는 사람이 맑은 공기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맑은 공기처럼 그 속에 녹아들어 그냥 편히 있고 싶은 것... 영어 홈(Home)과 맘(mom), 독일어 하임(Heim)과 무티(Mutti)에서도 딱 그런 느낌이 드는 걸 보면 이 세상 어디고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된다. 그래서 옆에 붙들고 있고 싶은 마음을 접고, 집에 있을 때라도 실컷 잠도 자고 게임도 맘껏 하도록 그냥 두게 된다.
보송보송 턱에 수염이 나도 그 수염까지도 귀엽고 사랑스러웠던 자식들인데,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어렵다고 하지 않던가. 그래도 고등학생인 유노는 아직 내 이름으로 되어 있는 체크카드를 쓰고 있어서 지출 내역이 한 번씩 문자로 전송되곤 하는데, 대학생 서기는 그마저도 자기 이름으로 된 카드를 사용 중이라 용돈만 이체하고 어찌 지내는지는 알 수가 없다. 간간이 전화상으로만 안부를 듣는 게 다다.
선불 식당인지 문자가 먼저 왔다. 밥 기다리는 중에 유노가 카톡을 보내 교내 상을 수상했단 이야기를 했다. 칭찬 한 번 해주고나서 '가라아게' 잘 먹으라고 했더니 잠깐 놀랐는지 순진하게도 메뉴도 문자로 오는 건지 묻고 있다. 학교 인근에 학생들이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 빤하니 그냥 그러려니 하는데, 오늘은 낯선 이름이라 잠깐 검색을 했었다. 그곳 메뉴 중에 유노가 골랐을 만한 메뉴를 골라 넌지시 던졌는데 아마도 적중했나 보다.
카드 결제 내역으로라도 아들이 어딜 가는지 알 수 있는 걸 보면 아직 유노는 그래도 품 안에 자식이 맞다. 유노마저도 자기 이름으로 된 카드를 쓰게 되는 날은 조금 서운하긴 할 것 같다. 아들의 작은 일상마저도 아예 알 수 없게 되니 좀 그렇지 않을까 싶은데, 그래도 그런데 적응이 빨라야 하는 게 또 부모이기도 하다.
잠시 이런 생각에 빠져 있는데 문자 하나가 더 온다. 이번에는 커피숍이다. 유노가 신이 났는지 오늘 제대로 쓴다. 주중에는 자유시간이 거의 없으니 딱히 쓸 일도 없어서 매달 잔액은 거의가 다음달로 넘어가곤 한다. 2시부턴 또 자습시간인데 그때까지 친구들이랑 커피도 마시면서 좀 노닥거리고 싶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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