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나와 공부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기억은
대개의 경우 어학을 하던 시절이라 답한다.
나 또한 그 때가 가장 즐거웠던 것 같다.
나의 어학시절은 94년 프라이부르크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문과를 졸업한 덕에 바로 중급반에서 수업을 들었던 지라,
외국어에 입문할 무렵의 황당한 에피소드나 재미난 추억거리는 별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때를 떠올리면 입가에 미소가 번져옴을 느낀다.
열 명 정도로 이루어진 내 반은 소위 선생들 사이에서 '미친반'으로 통했다.
분위기가 완전 가족적이었다고 말해야 하나,
서로 죽이 잘 맞았다고 말해야 하나..
서로가 너무 잘 통해서 한시도 조용하지 않은 반이었다.
'마르코'라는 애의 생일날,
슈바르츠발트(흑림) 근교의 멋진 찻집으로 그애가 친구들을 초대하기도 했고,
가까운 스위스에 살던 한 애는
고향에 다녀오는 주말마다 반 친구들을 위해 뭔가를 손에 쥐고 와 나눠주기도 했다.
지나가는 말로 '동전 모으기'가 취미라는 내 말에
스페인 동전을 한 주먹 쥐어주던 '마르타'라는 친구도 있었고,
바람둥이긴 했지만,
멀리서도 늘 한눈에 나를 알아보고 달려와주던
이태리 친구도 있었다.
코스가 끝나가던 어느 날, 그 친구들과 하이델베르크에 다녀왔다.
시내부터 고성까지,
하이델베르크를 온통 휘젓고 다니며 이야기도 나누고 함께 피자도 먹고..
그 와중에 좋던 날씨가 변덕을 부리기 시작했다.
날은 저물어 가고, 차 시각 때문에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모두가 빗속에 윗옷을 둘러 쓰고 뛰기 시작했다.
난 뛰는 건 진짜 질색인데,
백미터를 20초 안에 뛰어본 적이 살면서 별로 없었던 내가,
그래도 낯선 곳에 혼자 떨어지기는 싫어서
체력장에서 보다 더 안간힘을 발휘해 그 때 한 번 제대로 뛰어봤던 것 같다.
그렇듯 비를 맞으며 신나게 한바탕 뛰어
겨우 차에 몸을 싣고 나서 안도의 웃음을 날리던 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노래,
'보이즈 투맨'의 'I'll Make Love To You' ...
내가 이 노래를 기억하는 이유는
하이델베르크에서 프라이부르크로 돌아오던 그 차 안에서
유리창에 흘러내리던 빗줄기와 더불어 이 노래가
서로 같은 템포로 내 가슴에 들어와 박혀 버렸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도 하이델베르크에 갈 기회가 더 있었지만,
오래된 그 도시의 풍광을 떠올릴 때마다
단연 이 노래도 함께 떠오르곤 한다.
들을 때마다 나를 하이델베르크로 실어다 주는 노래,
'I'll Make Love To You'...
I'll Make Love To You
- Boyz II Men
Close your eyes
Make a wish
And blow out the candlelight
For tonight is just your night
We're gonna celebrate
All through the night
Pour the wine, light the fire
Girl, your wish is my command
I submit to your demands
I'll do anything
Girl, you need only ask
I'll make love to you
When you want me to
And I'll hold you tight
Bady all through the night
I'll make love to you
Like you want me to
And I will not let go
Till you tell me to
Girl, relax
Let's go slow
I ain't got nowhere to go
I'm just gonna concentrate on you
Girl, are you ready
It's gonna be a long night
Throw your clothes
On the floor
I'm gonna take my clothes off too
I made plans to be in you
Girl, whatever you ask me
You know I can do
Baby tonight Is your night
And I will do you right
Just make a wish On your night
Anything that you want
I will give you the lover of your life
'도시.. 여행.. 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옥토버페스트, 내년 200주년을 기약하며.. (10) | 2009.10.07 |
---|---|
킬리아니 축제(Kiliani-Volksfest) (27) | 2009.07.15 |
뷔르츠부르크 와인축제 (8) | 2009.06.01 |
뷔르츠부르크 카니발 (0) | 2009.02.22 |
포도밭 나들이 (0) | 2008.09.2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