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학생 평균 용돈 29만원, 독일에선?

얼마전 인터넷 뉴스에 한국 대학생들의 용돈에 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기사 내용에 따르면, 한국 대학생들은 한달 평균 29만원의 용돈을 쓴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독일 대학생들은 한달에 과연 얼마만큼의 돈을 쓸까요?

관점이 조금 다르긴 한데, 보통 독일 학생들의 한달 기본 생활비라고 하면 600유로 정도(한화로 100만원 정도)를 떠올립니다. 이는 순수한 용돈이라기 보다는, 집세와 의료보험 등을 포함한 액수입니다. 독일에서는 많은 수의 대학생들이 집에서 독립하여 자취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수치는 대도시에 사느냐, 소도시에 사느냐에 따라 집값에서 차이가 많이 나고, 나이 든 학생들은 보험료가 올라가는 경우도 있어, 학생 개인에 따라 한달 생활비가 1000 유로 이상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한달에 대략 600유로의 생활비가 드는 독일 대학생들의 생활은 풍족한 편일까요? 
실제로 독일 대학생들 중 많은 수가 책 마저도 웬만해서는 선뜻 사려 하지 않고 대여하거나 복사해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학기 초에 이런 친절함을 발휘해 주는 교수들도 눈에 띕니다.  
"이 수업에서는 ** 교재로 공부할건데, 이 책을 다 하는 게 아니라, 이중에 단원 1, 4, 5 만 다룰 것입니다. 여러분 중 살 사람은 사고, 함께 복사할 사람이 있으면 지금 손 들어 보세요."

외모의 치장이나 데이트 비용에 많은 돈을 쓰지도 않습니다. 부모로 부터 독립해 살다 보니 학교 식당이나 교내 자판기, 맥주 등 외식비가 좀 많이 들어 보이기도 합니다. 학생들 중 알뜰파들은 수퍼에서 미리 장 봐다 놓은 먹거리들을 학교에 가지고 다닙니다. 누군가 자판기에서 1유로 짜리 0.5L 음료를 뽑아 마실 때, 29센트짜리 수퍼용 1.5L 음료수병을 들고 들이킨다고 아무도 웃거나 신기해 하지 않으니, 독일에서는 알뜰파로 살아봄직도 합니다.

화폐가 마르크에서 유로로 바뀌는 과정에서 물가가 많이 오른 데다, 새로 생겨난 등록금까지, 들어가는 돈은 많아지고, 대학생으로서 누릴 수 있었던 혜택은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그렇기에 독일에서 대학을 다니는 일이 예전보다는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대학에 가기 위해 부자 부모를 둬야만 하느냐'는 독일 대학생들의 말이 이해가 되고도 남는 부분이지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모에게서 떠나지 않으려는 학생도 꾸준히 늘어가는 추세라고 합니다. 돈이 안 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니까요. 부모와 함께 살면 철부지 취급을 당하기도 하고, 이성 친구를 사귀는 데도 어려움이 있어, 대학을 빌미로라도 부모와 떨어지려 애쓰던 게 예전 독일 대학생의 모습이었다면, 이제는 이런 부분을 감수하고라도 보다 편한 삶을 원하고 있는 듯 합니다. 

한국의 학생들도 자취를 하는 경우에는 용돈이 문제가 아니겠지요. 평균이라는 이름으로 한데 묶여 있지만, 한국 대학생들의 개인별 용돈의 실상은 독일보다도 더 천차만별일 것 같습니다. '한달 용돈 29만원'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한달에 교통비, 통신비, 교제비, 때로 유흥비로 어마어마한 돈을 써대는 학생도 있을 테고, 자신의 손으로 용돈 뿐 아니라 학비의 일부까지를 충당하는 갸륵한 학생들도 있을 테니까요. 독일에 비해 놀이 공간이나 그들만의 문화의 폭이 더 넓은 것도 사실이구요.

지난 방학에 한국에 다녀온 아는 동생이 이번에 이런 말을 하더군요.
"언니, 한국은 장난 아니야. 애들(친구들) 핸디(독일에서 핸드폰을 이르는 말), 버튼 누르는 애는 하나도 없어. 심지어 우리 엄마꺼도 다 터치폰이야. 한국 있는 동안 내가 빌려서 좀 썼는데, 손에 안 익어서 맨날 영상통화 연결되는 바람에 애먹었다니까!"  

세련되고 화려한 감각으로 똘똘 뭉친 한국에서, 그러한 화려함을 뒤로 하고 알뜰파로 살아가기란 아직 어린 대학생들에게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럼에도 평균 용돈이라는 29만원도 마저 다 쓰지 않으려는 젊은 그들, 열심히 일하며 공부하는 젊은 그들이 어딘가에는 또 있을 것입니다. 그 어딘가에 있을 그들이 한편으론 참 대견스럽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