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일, 이 날을 염두에 두지 못 해 아슬아슬하게 덤터기를 쓴 적이 있어서 내게는 이 날짜가 특별하다. 6월 1일은 바로 부동산 과세기준일이다. 대부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바로 그날인 것이다. 매도자는 되도록 이 날 이전에 집을 팔고 싶어 하고, 매수자는 반대로 이 날 이후로 잔금일을 잡고 싶어 하는, '밀당'이 존재하는 날짜다.
그때가 2011년 이었을 거다. 지금처럼 그때도 주택 공급 문제가 불거지고, 인구문제가 경제 문제로 까지 대두되면서, 침체하기 시작한 부동산은 좀처럼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마침 외국에 나갔다가 갓 돌아온 나는 그제서야 국내 주택시장에 쌩쌩 불고 있던 찬바람을 감지하고 참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당시 전세를 주고 있던 집을 내놓았는데, 거의 일 년간 보러 오는 이가 손으로 꼽을 정도로 없었으니, 지금 생각해 보아도 정말 침체는 침체였다.
그때 내 집에 전세 살고 있던 분에게 매매 의사를 물었던 기억도 난다. 그런데 자기네는 살 생각이 전혀 없다고 했다. 그래서 다음 단계로 매매를 생각하고 부동산 몇 군데에 내놓았는데, 이번에는 세입자가 협조를 안 해 줬다. 토요일에만 집을 볼 수 있다고 하더니만, 나중에는 금요일까지 예약한 사람에 한해 토요일에 보여주겠다 강짜를 부렸다. 처음 세를 줄 때 전세를 싸게 주어 고맙다고 인사치레까지 했던 이들이 그렇게 나오니 참 맘이 착잡했다. 몇 번 손님을 데리고 집을 방문한 부동산들은 하나같이 '쓰레기집'이 되어 있다느니, 발 디딜 데가 없다느니 사람 애간장 녹이는 말들만 늘어놓았다.
어쨌거나 계약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나긴 했는데, 안 그래도 빠져 있던 호가에서 천만 원을 더 후려치며, 계약을 하려면 하고 말래면 말라는 식이었다. 부동산 상황도 그렇고, 결국 계약을 하긴 했는데, 그때 당시 나도 매수자도 매매기준일에 대해서는 생각지도 못 했다.
집을 매도하고나서 얼마 후 7월 재산세 고지서를 받았다. 매수자에게 전해주면 되는 줄 알았던 그 세금은 결국 나의 것이었고, 겨우 마음을 다잡고 그 금액을 받아들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한 번의 세금고지서를 받았다. 처음 고지서는 얼렁뚱땅 넘어갔지만, 9월에 날아든 고지서를 받을 때쯤엔 팔았던 아파트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서, 안 그래도 마음이 좋지 않은 마당에, 세금까지 감당하려니 정말 힘들어 세무소에 상담까지 받았던 기억이 난다. 싸게 넘겨버린 집도 아까운 마당에, 며칠 차이로 두 번의 세금까지 감당해야 했으니 이 날짜가 내 뇌리에 박힌 게 어쩜 당연하다.
매도는 5월 말까지, 매수는 6월 2일 이후에.. '악어의 눈물' 같은 기준이지만, 어쨌거나 6월 선거가 끝나고 나면 본격적으로 보유세 관련 발표가 있을 예정이니, 매도 생각하는 사람들은 되도록 6월 1일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러고보니 벌써 이번 주다. 시간이 참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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