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가 바람에 날리는 신문지와
지폐를 보았다.
노점에서 장사하시는 분이 놓아둔
물건 포장에 쓸
신문지와 잔돈 묶음이다.
신문지와 지폐를 움직이는 것,
예사롭지만 예사롭지 않은 바람
초여름 더위에
더운 만큼 또 더운 바람이 분다.
신문지와 지폐, 그리고 바람
길에서 바람에 흩날리는 신문지와 지폐를 보면서 둘 간에 어떤 연관성을 느끼게 되었다. 둘 다 종이로 만들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둘 다 종이로 만들어졌지만 종이 이상의 형이상학적 의의를 가지고 있다. 신문의 의의는 정보, 돈의 의의는 경제력 또는 가능성 등이다. 그리고 둘 다 보이지 않는 발이 달렸다. 또 누가 쓰느냐에 따라 질적으로 다른 모습이 된다.
신문은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다. 이를 통해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게 되는데, 인터넷 뉴스 메인에 뜨는 정보들보다 속도는 느려도 더 자세한 고급 정보를 제공한다. 정보란 것은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실제에 적용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지폐.. 돈.. 모두가 추구하는 목표다. 돈에 초연할 수 있는 사람은 돈 걱정이 없는 사람일 거라 생각한다. 자신이 돈을 벌지 않더라도 괜찮은 사람, 금수저이거나 돈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가족이든 누구든 주변에 누군가가 대신 돈 걱정을 해주고 있는 사람이다.
신문지와 지폐를 움직이는 바람을 보며 예사롭지 않은 느낌이 드는 것은, 이들이 바람에 흔들리기도 한다는 점 때문이다. 넘쳐나는 정보에 올라타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세상을 따라갈 수 있는 균형감과 요즘 같은 유동성 장세에 돈의 흐름을 따라 돈과 함께 나란히 갈 수 있는 경제 감각이 필요한 때가 지금이 아닐까 싶다.
바람이 멈추었을 때야 비로소 신문지 위의 글씨도 바로 보이고, 바람에 지폐가 날아갈까 하는 걱정도 붙들 수 있다. 사진을 보면서 재미있는 것은, 천 원짜리는 촐랑촐랑거리는데 오천 원짜리는 미동도 않고 있다는 점이다. 더 큰돈이라고 바람에도 움직이지 않는 것일까... "불휘기픈 남간 바람에 아니 뮐새" 뿐 아니라, 불휘 기픈 무언가는 언제나 바람 앞에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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