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루 또 하루

장미와 빤따롱/ 검은 고양이 네로

by 비르케 2008. 12. 27.
300x250

아이들의 유치원 재롱잔치에 가 보면 이어지는 동요 무대 속에,  유독 유행가 한두 곡 쯤은 필수로 들어가 있게 마련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유치원생의 엄마였던 내게, "어머나, 어머나, 이러지 마세요. 여자의 마음은 갈대랍니다..."하는 장윤정의 노래나, "텔미, 텔미, 텔텔텔텔테 텔미"하는 원더걸스의 노래는 그 어떤 동요보다도 아이들의 귀여움을 돋보이게 하던 곡이었다.

"어~머나!" 하며, 원더걸스 소희의 제스춰를 따라 손을 입으로 가져가던 아이의 모습을 집에서부터 보았으면서도,재롱잔치 무대위에서 율동을 하는 내 아이를 보는 순간 달려가 뽀뽀를 한껏 해주고 싶던 그 마음이란...

내 아이들처럼 내게도, 비록 유치원은 아니었을 망정 고단한 일상에 지친 어른들 앞에서 그 세대를 풍미하던 유행가를 한껏 뽐내던 때가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검은 고양이 네로'... '터보'가 몇년 전 리메이크 하기도 한 '검은 고양이 네로'는 원래 외국곡으로, 당시 6살이던 박혜령이 불렀던 곡이다. 사실 이 노래는 내 동생이 너무도 깜찍하게 부르는 바람에 한살 차이 밖에 안 나던 내가 동생에게 밀려날 수 밖에 없었던 노래이기도 하다.
하지만 둘이서 늘 함께 공연(?)하곤 하던 '장미와 빤따롱' 이야말로 '빤따롱'이니, '썬그라스'니, '샤넬'이니 하는 생소한 단어들 때문에 신비에 가득 차 있으면서도, "빠빠야 빵!" 하던 소절로 인해 나와 동생이 하는 자매공연을 늘 활기차게 했다. 더구나 시골 할머니댁에 살던 시절이라서 우리 자매의 관객은 가족 뿐 아니라 수많은 동네 사람들일 때가 많았다.

많은 사람들이 보는 만큼 공연을 위한 소품(?)도 필수였다. 어른들의 알록달록한 블라우스를 걸치고, 허리 부분을 띠로 꼭 동여 매면
영락없는 미니스커트가 된다. 거기에다 머리에 두건을 쓰고.. 가끔은 스카프까지 목에 둘러가면서.. 당연히 마이크도 들어야 폼이 난다. 숟가락 마이크~

 

"빤따롱에 썬그라스 샤넬남바빵!!"

 

판탈롱 바지를 입고 선글라스를 쓴,'명동 멋쟁이' 정도를 묘사한 가사란 걸 어린 나로선 알 턱이 없었다. 물론 우리가 외치던 '샤넬 남바빵'도 무슨 빵 이름이 아니라, 샤넬 향수 중에 가장 유명한 샤넬 no.5 라는 사실도... 참 오래 잊고 살던 노래인데, 어릴 때를 떠올리니 가사가 자동으로 떠오른다. 그리고 온종일 '장미와 빤따롱', 이 노래가 흥얼거려진다. 그만두려 해도 자꾸만 그런다.

 

장미와 빤타롱    

바람이 부네, 사랑의 바람이 부네
장미는 피었건만 가시를 조심을 해요
빤따롱에 선글라스 샤넬 No.5
살랑살랑 걸어가네
명동에서 만난 사람 잊어버리고서
정릉의 랑데부
마음이 부드러워서 거절을 못한답니다... 

 

반응형

'하루 또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자 만들기  (0) 2009.01.03
2008년 마지막 날..  (0) 2008.12.31
크리스마스 이브에..  (0) 2008.12.24
교과서 빌려주는 나라  (0) 2008.11.03
Tagliatelle 볶음국수  (0) 2008.10.3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