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루 또 하루/앵이

크리미 이야기

by 비르케 2021. 8. 25.
300x250

기르던 모란이 한 쌍이 새끼를 낳았다며, 동생이 자꾸만 길러보라고 했다. 반려동물로 새는 한 번도 생각을 안 해봐서 계속 거절했는데도, '애기', '애기' 하면서 시시때때로 귀여운 사진들을 톡으로 전송해대는 바람에 그중 한 마리를 결국 데려오게 되었다.

 

크리미 이야기

 

 

원래는 세 마리가 하루 이틀 간격으로 부화했다고 한다(첫번째 사진). 그런데 그중에 한 마리는 한눈에 보기에도 약하다 싶더니 결국 죽고, 나머지 둘만 달랑 남아 태어나자마자 서로를 의지하고 붙어 지냈다(두 번째 사진). 동생이 사진과 동영상을 톡으로 보내줬을 때, 폰에서 보이는 작은 이미지만 보고 처음엔 치킨 조각인 줄 알았다. 두 녀석들 중에 똘망똘망한 눈을 가진 녀석(세번째 사진)이 나는 더 맘에 들었는데, 집사를 자청한 아들의 선택을 따랐다. 

 

 

 

 

 

 

 

 

같은 부모에게서 하루 차이로 나왔는데도 깃털 색깔이 완전히 다르다. 저마다 조금씩 다른 인자를 가지고 있어서 부모와 완전히 딴판으로 나오기도 한다는데, 우리집에 오게 된, 노란 깃털을 가진 아이가 그랬다. 선대의 열성 인자를 물려받아 부모를 별로 닮지 않았다. 

 

 

 

 

데려오기 전에 동생이 보낸 사진들이다. 가운데 사진이 우리집에 오기 바로 전에 찍은 사진이다. 눈도 뜨기 전부터 함께이던 두 녀석, 이렇게 딱 붙어 지내던 크리미 두 마리를 떼어놓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나만 데려오면서 맘은 무거웠지만, 둘이 함께 두면 사람을 안 따른다니 어쩔 수 없었다. 

 

 

 

 

 

 

 

 

 

처음 데려올 때 모습인데, 지금은 어느새 부쩍 자라서 이렇게 손바닥에 얌전히 있지도 않는다. 콧등 부분에 몽고반점 같은 검은 점이 있는데 커가면서 그 점이 사라지고 부리가 연한 색으로 바뀐다. 모란이 중에서도 우리집 아이 같은 버터컵(버터 색이라 버터컵인 듯)들은 검은색 대신 갈색 반점이 있다가 점차 사라진다. 

 

사람 손에서 자란 모란이들은 완전 '껌딱지'다. 새장에서 내놓으면 온종일 사람에게 붙어 다닌다. 옷자락에 실내화에... 여기저기 새똥 자국을 만들지 않으려면 훈련도 좀 시켜야 한다. 그렇다고 항상 잘 가리는 것은 아니지만, 아들 말에 따르면 10~15분에 한 번씩 누게 하면 크게 지저분하지 않다고 한다. 신기하게도 아들이 시키면 눈다. 내 말은 잘 안 들으면서... 

 

 

 

 

 

 

 

 

 

사탕껍데기 물고 헤드뱅잉중
눈치 한번 보고..

 

기르는 집마다 다르겠지만, 우리집은 하루 2~3시간 정도 새장 밖에서 놀게 해준다. 식탁에는 못 올라오게 하고, 머리 위도 마찬가지.. 아들은 어깨까지만, 나는 어깨도 못 올라오게 한다. 너무 올라오면 주변 물건들 중에 아무거나 들어서 보여주는데 겁이 많아서 처음 보는 물건을 보면 알아서 날아 내려간다.

 

사람 머리카락 자르듯, 날개깃 끝을 한 번씩 잘라주어야 높이 날아다니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날개깃을 잘라주는 것은 애완조들에게도 안전상 바람직한 일이다. 날개를 펄럭이다 벌써 몇 번 유리창에 머리를 박고 툭 떨어진 적이 있어서, 자박자박 걸어다니거나 되도록 푸덕거리며 낮게 날기 정도만 할 수 있도록 날개를 손봐주고 있다. 

 

 

 

 

 

 

 

옆에 앉혀두고서 뭘 하려는 생각은 금물이다. 일단 호기심이 많고 움직이는 건 다 관심을 갖기 때문에 자판 두들기는 손가락도 가만두지 않는다. 다행히도 새장에 있을 때는 그러려니 하고 혼자 잘 논다. 하루 온종일 오르락내리락 건너뛰고 매달리고 부리로 장난도 치고... 그 안에서도 노느라 바쁘다.  

 

새장에서 자주 안 꺼내 주면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사람도 점점 안 따르고 입질 또한 심해지기 때문에 하루에 잠깐이라도 함께 놀아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설령 두 마리를 기른다 할지라도 이런 시간은 마련해주는 게 좋다고 한다.  

 

어깨까지 올라오고 싶은데 자꾸만 날려 보내니 내가 미운지, 갑자기 달려와 손을 물 때가 있다. 몸집은 작지만 이래 봬도 동물들 중에 머리 좋은 축에 끼는 녀석이다. 저 혼자서 애증 관계인데, 나는 이 아이 때문에 요새 참 많이 웃게 된다. 하도 따라다니니 귀찮으면서도, 작고 귀여운 몸이 한 덩이 크림같이 귀엽다. 때로는 사나운, 거품 잘 일어난 생크림 한 덩이.

 

 

 

 

  더 읽을만한 글  ▶▶▶

 

한강 산책로에서 만나게 되는 것들

산책이란 걸, 건강을 위해 걷기운동을 하는 일쯤으로 여겼을까. 아니면 사랑하는 애견을 위한 바람 쐐주기 정도.. 반은 의무감으로. 한동안은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확실한 건, 한강 주변으

birke.tistory.com

 

산책길 길고양이, 삶의 무게 고양이라고 다를까

산책길 길고양이, 삶의 무게 고양이라고 다를까 저녁 산책길에 길고양이들을 보았다. 어미 고양이가 앞서 걷고 새끼 고양이가 뒤를 따르고 있었다. 어미 고양이는 새끼가 따라오든지 말든지 무

birke.tistory.com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