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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보..

내 집 앞에서 들어가지 못하는 이유

by 비르케 2009.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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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앞에서 들어가지 못하는 이유

잠깐 집 앞에 쓰레기를 버리러 간 사이, 열어둔 현관문이 '쾅!'하고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오늘 볕도 나고 제법 기온도 올랐기에 거실 쪽 유리창을 열어두었던 것인데, 그새 유리창 너머로 들어온 바람이 나를 뒷발 쫓아 휙~ 하니 따라와 현관문을  닫아버리고 만 것이다.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었거니와, 이제껏 한국식 현관문에 익숙해져 있었으니, 문이 닫혀 주인인 내가 내 집에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리라곤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독일 현관문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되어 있다. 닫힘과 동시에 잠기지는 않지만 밖에서는 열 수가 없는 구조다. 다행히 아이들이 올 시간이 가까워서 바깥에 잠깐 쪼그리고 앉아 있었지만, 다른 시간이었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현관문의 손잡이는 바깥 부분과 안쪽 부분이 완전히 다르다. 안쪽(사진 왼쪽) 손잡이는 돌릴 수 있게 되어 있지만, 바깥쪽(사진 오른쪽)의 손잡이는 말 그대로 손잡이만 있을 뿐, 돌아가지 않는다. 그러니 문이 닫혀 버리면 열 방법이 없는 것이다. 오늘 일을 겪고 보니, 열쇠가 있었음에도 들어오지 못했던 이사 첫날이 다시 한번 뇌리를 스쳐간다.

이전글 바람의 집에서 밝혔다시피, 이 집은 독일에 오기 전 인터넷으로 얻은 집이다. 늦은 시각, 집주인에게서 받아든 열쇠를 들고 집으로 왔지만 나는 이 집에 들어설 수가 없었다. 바로 열쇠 때문이었다. 열쇠가 꽂혀 돌아가기만 할 뿐, 문이 열리지가 않았던 것이다.

그 때 문득 아주 오래전 누군가가 '열쇠'에 대해 했던 말이 떠올랐다. 한국과는 달리, 독일에서는 열쇠로 문을 열 때 손잡이를 어떻게(?) 당기면서 열어야 한다고 했던... 하지만 같은 독일에서일 망정 그런 집에서는 살아본 적이 없던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던 말이었기에 그때도 그저 흘려듣고만 말았었다. 그런데 내가 인터넷으로 얻은 이 집 열쇠가 그렇다.

자정이 다 되어가는 오밤중에, 실례인 줄 알면서 옆집 초인종까지 눌러가면서, 내집인 이곳에 들어오지 못하고 방방거리던 나였다. 그 야심한 시각에 사람들이 문을 열어줄 리 없었고, 첫날이니 핸드폰이 있는 것도 아니라 주인에게 연락을 취할 방도도 없었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어쨌든 그날도 다행히 오래지 않아 집에 들어올 수는 있었다.  

다음부터는 정말이지 혼자 있는 시간에 청소한다고 부산을 떨지는 않을 테다. 아니면 열쇠라도 챙겨 현관을 나서던지, 정 안 되면 신발이라도 한 짝 현관문 앞에 놔두던지... 내 집 앞에서 집에 들어오지 못한 날의 얼토당토 않은 짧은 깨우침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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