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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독일에도 여왕은 있다!

by 비르케 2009.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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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뷔르츠부르크(Würzburg)는 북부 바이에른의 소도시로, 예로 부터 프랑켄 지방에 속하는 지역이다. 국내에서는 '낭만 가도(Romantische Straße)'가 시작되는 도시로만 알려져 있다. 이 도시를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 마인강 자락과 함께 온통 널다란 포도밭이 장관을 이룬다.

                                        <사진은 작년에 찍은 주변 포도밭의 모습>  

프랑켄 지방은 백포도주 산지로 유명한데, 이 곳 와인은 특히 '복스보이텔(Bocksbeutel)'
이라는 호리병 모양의 술병에 담겨져 '프랑켄바인 Frankenwein'이라는 이름으로 생산된다. '복스보이텔'은 그 모양이 염소(Bock)의 음낭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포도주를 이런 볼록한 병에 담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 이 독특한 모양의 병은 프랑켄
와인을 널리 알리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 

'복스보이텔' 만큼이나, 프랑켄 와인을 알리는 데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 이
도시에는 많이 있다. 포도주가 나오는 철이 되면, 각종 프로그램으로 프랑켄 와인의 맛을
알리는 행사들이 열리곤 하는데, 이 행사에는 이 도시의 수많은 관계자들과 더불어, 아리
따운 아가씨가 한 사람 등장한다. 그녀는 이 지역의 미녀, '프랑켄 와인 여왕'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각 지역 특산품을 홍보하는 '무슨 지역 무슨 아가씨'에 해당하는 그녀는, 여왕으로 당선이 되고 나면, 3월 하순 무렵부터 다음 해 3월 왕관을 물려주는 날까지 '프랑켄 와인 여왕'으로서 수많은 일을 하게 된다. 올해 3월에도 예년과 다름없이  대회가 열려, 54번째 새로운 '프랑켄 와인 여왕'이 탄생했다. 
  

그녀의 이름은 안나 자움 (Anna Saum), 현재 독일 은행 중 하나인 '슈파르카쎄'의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여왕이 되고 나면, 일년간은 하던 일을 접고(일년간 휴직이 가능하다니.. 부럽다), 따로 마련된 사무실에서 프랑켄 와인의 홍보에 관한 일에 주력한다.  

'프랑켄 와인 여왕'은 와인에 대한 일반인 이상의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 이유로 지원 자격도 까다롭기 그지 없다. 그만큼 쉬운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대회에 출전하려면, 반드시 포도 재배 농가의 자녀이거나 포도주에 관련된 증명 가능한 이력이 있어야만 한다. 거기에다 결혼을 한 사람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300 여개의 스케쥴을 감당하기에 결혼을 한 사람은 여러가지 이유로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심을 통과한 후보들은 대회에서 즉각적으로 포도주에 관한 심사위원의 질문을 받게 된다. 이 때 자신의 지식을 총 동원해 적절한 답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이와 함께 말이나 행동이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호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외향적이고 명랑해야 한다. 

프랑켄 와인을 사랑하는 심사위원과 지역의 주민들은 그저 외양만 예쁜 여왕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과의 만남을 즐기고, 프랑켄 와인을 잘 알릴 수 있는 진정한 '프랑켄 와인 여왕'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54번째 프랑켄 와인 여왕, 안나 자움>

윗쪽 시상식 사진에서, 새 여왕에게 왕관을 씌워주고 있는 여성은 '53번째 프랑켄 와인 여왕'인 마를리스 둠프스키(Marlies Dumbsky)이다. 마를리스 둠프스키는 작년에 수많은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던 여성이다.
 
프랑켄 지역에 '와인 여왕'이 있듯이, 독일 전역의 와인 생산지에서 자체적으로 '와인 여왕'을 뽑는데, 그 여왕들만을 대상으로 그 해에 다시 독일 최고의 와인 여왕을 선발하는 자리가 있다.
작년 그 '독일 와인 여왕' 수상자가 바로 마를리스 둠프스키였다. 그런 이유로, 새 여왕에게 왕관을 넘겨주는 그녀의 머리에 아직 '독일 와인 여왕'의 왕관이 하나 더 남아 있음을 볼 수 있다. 아래는 2008/2009년의 '프랑켄 와인 여왕'이자, '독일 와인 여왕'인 마를리스 둠프스키의 '프랑켄 와인 여왕' 시상식 당시 모습이다.

 
심사위원의 질문에 답하는 3명의 후보들 중 누구의 말하는 모습이 가장 인상적인가요?
 


53 번째 프랑켄 와인 여왕, 마를리스 둠프스키


마를리스 둠프스키에게 왕관을 물려준 52번째 프랑켄 와인 여왕

   
뷔르츠부르크 인근 란더자커 포도밭에서 내려다 본 작년 가을의 마인강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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